[프라임경제] 국회에 계류 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단순한 전문자격사 간 업역 갈등을 넘어 지식재산 가치평가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올 3월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이해충돌을 허용하는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지식재산처에 수정안을 여러 차례 제안하고 변리업계와 협업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 지식재산처는 '개정안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개정안 제7조의5다.
해당 조항은 변리사가 자신이 대리한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등에 대해 가치평가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이를 사실상 '셀프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이런 규정이 법으로 이해충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특허 출원부터 권리 확보까지 담당한 당사자가 동일한 대상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면 객관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라며 "특히 허위 특허 출원이나 부실 가치평가 등 시장 왜곡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실제 다른 전문자격사는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를 법률로 명확히 밝히고 있다.
변호사는 공증한 사건에 대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역시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 대해 가치평가 등 자문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정평가사 역시 감정평가법에 따라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업무 수행이 제한된다.
협회는 과거 특허권 부실 가치평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가치평가 수행자에 대한 관리·감독과 징계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단순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평가 객관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협회는 이번 논의가 전문자격사 간 업역 다툼으로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지식재산권 가치평가는 기술 전문성과 가치평가 전문성이 함께 요구되는 만큼 변리사와 감정평가사가 협업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 논란의 핵심은 업무 영역 확대 여부가 아니라 이해충돌을 어떻게 차단하고 가치평가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지에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이런 공정성 확보 장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