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일반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제기돼 온 중복상장에 제동을 건다. 앞으로 물적분할 자회사를 중복상장하려면 '3%룰'에 따른 모회사 주주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앞으로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중복상장하려는 모회사는 '3%룰'을 적용한 주주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등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가 부과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규정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제·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수렴은 오는 7일부터 시작된다.
중복상장은 상장된 모회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증시에 입성시켜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구조를 말한다. 자회사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경영 효율화 등을 목적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자회사 가치의 중복계상과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에 따른 배당 불확실성,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자회사 지분 매각 제약 등이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거래소 가이드라인 역시 중복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시가총액 대비 상장사 간 지분보유 시총 비율로 산출한 국내 중복상장 비율은 11.2%에 달했다. 미국 0.05%, 일본 4.0%, 중국 2.4%, 대만 2.7% 등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중복상장과 관련해 모회사 이사회와 지배주주는 별도 의무를 부담하지 않았다. 상장심사 역시 분할 상장을 제외하면 일반 심사기준만 적용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조치로 중복상장을 '원칙금지·예외허용' 체계로 전환하고 모회사 이사회 의무와 상장심사 기준을 새롭게 설계했다.
◆ 모회사 이사회 '5대 의무'…해외 자회사 상장도 적용
개정안의 핵심은 모회사 이사회에 상법상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5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 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여부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의무이행 사항 공시 등을 이행해야 한다. 주주동의 표결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그 사유도 함께 공시해야 한다.
주주보호 방안으로는 구주매출 자금 등을 활용한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한 모회사 가치 제고, 일정 기간 다른 사업부 분할이나 자회사 상장을 제한하는 확약 등이 제시됐다.
이사회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별도 특별위원회도 설치해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 또는 외부전문가로 구성하고,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거나 독립이사와 외부전문가가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이같은 5대 의무는 상장 모회사가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위약금이 부과될 수 있다. 거래소는 위반 내용과 관련 규정을 공표할 수 있으며, 금융당국은 1일 매매거래정지 등 제재도 적용할 방침이다.
거래소의 상장심사 기준도 강화된다. 앞으로 자회사는 일반 상장기준에 더해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까지 충족해야 한다.
거래소는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투자자 보호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주요 경영사항을 사실상 모회사가 결정할 경우 독립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모회사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최종 찬성 결의를 했는지를 살핀다.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에 상응하는 주주보호 조치를 마련했는지도 심사 대상이다.
중복상장의 적합성은 먼저 모회사 이사회와 주주가 판단한다. 이후 거래소가 이들의 판단을 존중해 최종 상장 여부를 심사하는 구조다. 모회사 이사회의 찬성 결의가 없다면 투자자 보호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관련 세부기준 주요 내용. ⓒ 금융위원회
◆ 물적분할은 '3%룰' 주주동의 필수…일반 자회사는 개별심사
가장 큰 변화는 주주동의 기준이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과정에서 주주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권고하고, 물적분할 자회사에 대해서는 이를 의무화했다.
주주동의 여부는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방식에 준하는 '3%룰'을 적용한다.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는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까지 합산한다.
주주동의가 인정되려면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중복상장이 예측 가능성과 모회사 디스카운트 우려 측면에서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물적분할이 아닌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주주보호 노력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거래소가 자금조달 필요성과 산업 특성, 모·자회사 관계 형성 경위와 기간, 자회사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엄격한 개별심사를 진행한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거나 적시 연구개발과 독자적인 자금조달 필요성이 큰 첨단산업은 자회사 상장의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모회사를 통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음에도 지배주주의 지배력 보호를 위해 중복상장을 추진하거나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회수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주주보호 필요성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한다.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 비중이 모회사 대비 모두 10% 미만인 경우다. 다만 세 항목이 모두 10% 미만이어도 예상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주주동의 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중복상장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일반주주 보호조치를 충분히 마련한 기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가이드라인은 일반 상장기준과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최종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거래소 규정 개정안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제정안은 오는 14일까지 예고기간을 거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