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투썸플레이스가 뉴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Van Leeuwen)' 국내 1호점을 열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4522260)가 자체 브랜드 '벤슨(Benson)'으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투썸플레이스까지 가세하면서 강남 상권을 중심으로 고급 아이스크림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신규 브랜드의 등장이 아니다. 두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밴루엔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발한 브랜드 헤리티지와 현지 스쿱숍 경험을 앞세운다. 반면 벤슨은 국산 원유와 자체 생산센터를 기반으로 한 품질 관리와 제조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밴루엔 강남역점 오픈 기념 리본 커팅 세리모니. ⓒ 밴루엔
투썸플레이스는 3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밴루엔 국내 1호점을 공식 오픈했다. 밴루엔은 2008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노란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2월 밴루엔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사업권을 확보했다.
강남역점은 단순 판매 매장보다 브랜드 경험 공간에 가깝다. 매장에는 밴루엔의 상징인 노란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착안한 인테리어가 적용됐고, 브랜드 초창기 사진과 파인트 컵 등을 배치해 뉴욕 스쿱숍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첫 매장 오픈을 기념해 시그니처 플레이버 5종을 일정 시간 1달러에 판매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미국 현지 오픈 방식을 국내에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제품 역시 현지성을 강조한다. 국내에서 별도 생산하지 않고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을 들여온다. 바닐라빈, 얼그레이 티, 시칠리안 피스타치오, 민트칩, 브라운 슈가 쿠키도우 브라우니 등 대표 메뉴를 앞세워 '뉴욕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밴루엔의 한국 진출은 투썸플레이스의 사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투썸은 커피·케이크 중심의 디저트 카페를 넘어 해외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멀티 F&B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려 하고 있다. 밴루엔은 그 첫 시험대다. 강남역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논현역점도 7월 중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다.

원유 가공부터 제조, 포장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벤슨의 생산 공정 모습. ⓒ 한화갤러리아
반면 한화갤러리아의 벤슨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벤슨을 운영하는 베러스쿱크리머리는 아이스크림 제조·유통을 위해 설립된 자회사다. 브랜드만 들여오는 방식이 아니라 생산 인프라부터 직접 구축했다. 경기 포천 생산센터에서 국산 원유와 유크림을 활용해 자체 생산하고, 원유 가공부터 제조·포장까지 한 번에 관리하는 체계를 갖췄다.
벤슨은 유지방 함량을 최대 17% 수준까지 높이고, 오버런은 약 40%로 낮춰 밀도 있는 식감과 진한 풍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공 유화제를 사용하지 않고 첨가물도 최소화했다.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을 생산 공정에 활용하는 등 그룹 내 기술 역량도 접목하고 있다. 벤슨은 론칭 1년 만에 15개 점포로 확장했고, 2027년 100호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양사의 차이는 확장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밴루엔은 당분간 매장 수 확대보다 브랜드 경험과 충성 고객 확보에 무게를 둔다. 뉴욕 스쿱숍 문화, 시그니처 플레이버, 비건 아이스크림, 선데이와 밀크셰이크 등 미국식 디저트 경험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벤슨은 보다 공격적이다. 압구정로데오, 강남역, 롯데월드몰, 그랑서울 등 핵심 상권과 특수 상권을 중심으로 접점을 넓혔다. 스타벅스 전국 매장 입점, 한화이글스·엔믹스·워터밤 협업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도 끌어올렸다. 향후 온라인 유통, 배달 플랫폼, 모바일 선물하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가격대는 큰 차이가 없다. 밴루엔 싱글 컵·콘 가격은 5500원, 벤슨 싱글컵은 5300원 수준이다. 결국 승부는 가격보다 '왜 이 돈을 내야 하는가'를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밴루엔은 뉴욕 헤리티지와 수입 브랜드의 희소성으로, 벤슨은 국산 원유와 자체 생산 기반의 품질 안정성으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리스크도 다르다. 밴루엔은 미국 완제품 수입 구조인 만큼 환율과 물류비, 콜드체인 비용 부담이 변수다. 대신 글로벌 브랜드의 검증된 레시피와 스토리를 빠르게 국내에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벤슨은 자체 생산설비 투자 부담과 원재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 국내 소비자 취향 반영에서는 유연성이 크다.

벤슨 크리머리 서울 엔믹스 협업 모습(왼쪽)과 대전한화생명볼파크 벤슨 부스. ⓒ 한화갤러리아
한편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재편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조4000억원에서 2023년 약 2조6000억원으로 완만히 확대됐지만, 마트·편의점 중심의 매스 아이스크림 시장은 약 1조4000억원 수준에서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원재료와 성분,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제품군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기존 대중 제품 중심에서 원재료, 생산 방식, 브랜드 경험을 따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과거 아이스크림이 더위를 식히는 간식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공간과 브랜드, 원료 스토리까지 함께 소비하는 디저트 카테고리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 상권은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유동 인구가 많고 트렌드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SNS 노출 효과도 크다. 밴루엔과 벤슨이 모두 강남을 주요 거점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밴루엔은 뉴욕 감성과 글로벌 브랜드 경험을, 벤슨은 자체 생산 기반의 품질과 확장성을 무기로 삼고 있다"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경쟁은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품질을 얼마나 일관되게 전달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