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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웃는데 계좌는 울었다"…반도체 쏠림이 키운 금융위기급 변동성

95% 종목 하락 속 지수는 신고가…AI 실적이 하반기 증시 가른다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6.06.29 13:38:12

반도체가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시장 내부는 금융위기급 변동성과 종목별 양극화로 흔들리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마이너스"라는 체감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의 일중 변동률 평균은 5.0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지난 2020년 3월(4.27%)은 물론, 닷컴버블 붕괴 여파가 이어졌던 2000년 10월(4.0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연일 고점을 높였다. 이날 장중에는 97.99까지 오르며 한국거래소가 해당 지수를 공식 산출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4월13일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증권가는 이같은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반도체 쏠림 현상을 꼽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전망에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집중되면서 지수는 상승했지만, 상당수 종목은 약세를 보이며 시장 내부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105개(4.4%)에 그친 반면 2268개(95.5%)는 하락했다. 하락 종목의 평균 수익률도 -26.9%를 기록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면서 매수세가 한 곳으로 집중됐다"며 "코스피는 장기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내부의 투자심리는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쏠림 현상을 단순한 수급 왜곡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업종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데다, 국내 증시 특유의 빠른 업종 순환 구조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증시는 과거 자동차·화학(차화정), 바이오, BBIG, 이차전지 등을 거쳐 최근 반도체까지 시장 주도 업종이 빠르게 바뀌는 흐름을 반복해왔다. 

미국이 빅테크, 대만이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중심의 강세를 장기간 이어가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 중심축이 비교적 빠르게 이동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이같은 구조가 현재의 반도체 강세 역시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감으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매매 회전을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특정 산업이 장기간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글로벌 산업 변화에 따라 주도 업종이 빠르게 교체되는 특징이 있다"며 "현재의 반도체 쏠림을 단순한 수급 왜곡으로 보기보다 실적 개선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반도체 쏠림 자체보다 인공지능(AI) 사이클 속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며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흐름이 증시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결국 하반기 증시의 핵심 변수도 반도체 업황과 실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된다면 현재의 지수 상승 흐름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나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본격화될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아진 시장 민감도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처럼 시장 자금이 일부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개별 종목의 실적과 투자심리 변화가 지수 전체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는 당분간 지수 흐름보다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유동성보다 기업 실적이 지수 방향을 결정하는 국면"이라며 "높아진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AI 투자와 메모리 업황이 예상대로 이어지는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유지되는지를 중심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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