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생성형 인공지능(AI) 이후 산업의 무게중심이 로봇·드론·자율주행 등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드는 AI를 넘어, 실제 공간에서 인식·판단·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피지컬 AI 기반 순찰·보안 로봇 전시 모습.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된 현장 자동화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 연합뉴스
29일 로봇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피지컬 AI 실증에 유리한 산업 환경을 갖춘 시장으로 꼽힌다. 제조업 기반과 물류 인프라가 탄탄한 데다 로봇 활용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의 'World Robotics 2025'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종사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차원의 로봇 산업 육성 기조도 피지컬 AI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24~2028)'을 통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로봇 활용 신사업을 촉진하고 산업적·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2026 피지컬 AI 스타트업맵'에 따르면 국내 피지컬 AI 스타트업은 총 149개사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피지컬 AI를 AI를 통해 기계가 물리 세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기술 및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피지컬 AI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산업 현장의 자동화 수요가 자리한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콘텐츠 생산성을 높였다면, 피지컬 AI는 제조·물류·의료·농업 등 실제 현장의 작업을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보고서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을 기술 유형별로 △로봇 △드론·UAM △자율주행 △AI·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4개 분야로 분류했다. 적용 산업은 △제조·산업 △물류·유통 △모빌리티·교통 △의료·헬스케어 △건설·인프라 △농업·식품 △서비스·생활 △국방·안보 등 8개 영역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로봇이다. 전체 149개사 중 70개사가 로봇 분야로 분류돼 약 47%를 차지했다. 이는 피지컬 AI가 범용 휴머노이드보다 제조·의료·농업·물류 등 특정 현장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먼저 상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 분야에서는 협동로봇, 수술·재활로봇, 농업 자동화 로봇, 서비스로봇 등이 주요 축으로 꼽힌다. 제조 현장의 인력난과 생산성 개선 수요, 고령화에 따른 의료·돌봄 수요가 맞물리며 로봇 기술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AI·소프트웨어 플랫폼 분야는 28개사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들은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기보다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데이터 처리 기술, 자율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피지컬 AI 생태계에서 이른바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자율주행 분야는 27개사로 나타났다. 완전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물류창고, 공장, 배송 환경 등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이동로봇과 자율주행 솔루션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규제와 안전성 부담이 큰 도로 주행보다 통제 가능한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먼저 이뤄지는 흐름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개한 'Korean Physical AI Startup Map'.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드론·UAM 분야는 24개사로 분류됐다. 건설·인프라 점검, 국방·안보, 재난 대응, 농업 관리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감시·점검·배송·측량 등 산업 수요와 맞물리며 피지컬 AI의 주요 응용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피지컬 AI는 현실 공간에서 직접 작동하는 기술인 만큼 안전성 검증과 산업별 데이터 확보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규제 대응, 고급 인재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도 향후 경쟁력을 가를 요소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가 단순한 로봇 기술을 넘어 AI 산업의 다음 확장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화면 속 정보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간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