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BYD가 한국 시장에서 꺼낸 다음 카드는 순수 전기차가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전기차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 승용차 시장에 들어온 BYD가 다시 엔진을 품은 전동화 모델을 내놓은 이유는 분명했다. 아직 전기차가 낯선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긴 설명이 아니라, 불안을 줄여줄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총재는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 BYD 부스 내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시장 전략을 설명했다. 이날 대화의 중심에는 BYD코리아가 '첫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소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씨라이언 6 DM-i'가 있었다.
BYD는 올해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씨라이언 6 DM-i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그동안 △아토3 △씰 △돌핀 등 순수 전기차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면, 이번에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에 놓인 소비자를 겨냥했다. 전기차의 경제성과 주행 감각에는 관심이 있지만 충전 인프라와 장거리 주행에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한 수요를 DM-i로 끌어안겠다는 구상이다.
류 부총재가 DM-i를 설명하며 먼저 꺼낸 것도 이 지점이었다. 한국에서 PHEV보다 일반 하이브리드 선호가 높다는 질문에 그는 "BYD PHEV라고 하면 사실 전기차로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전기차가 많은 소비자에게 여전히 낯선 차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배터리가 다 닳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BYD가 PHEV를 "전기차에 가깝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한 배경이다.
이 답변은 BYD가 씨라이언 6 DM-i를 단순한 하이브리드 SUV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상주행에서는 전기모터 중심의 사용성을 강조하고, 장거리 주행이나 배터리 잔량에 대한 불안은 엔진이 보완하는 구조다. 완전한 전기차로 가기에는 아직 불안하고, 기존 하이브리드만으로는 새로움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DM-i를 일종의 완충지대로 제시한 셈이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총재. ⓒ BYD코리아
결국 씨라이언 6 DM-i가 노리는 지점은 가격표보다 심리적 문턱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하이브리드에 익숙하지만, 순수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여전히 망설임이 남아 있다. 전기차의 장점은 가져가되, 충전과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은 낮추는 것. BYD가 한국 시장에서 DM-i를 꺼낸 이유다.
물론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씨라이언 6 DM-i는 국내 PHEV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인 3750만원으로 등장했다. 다만 BYD가 전면에 세운 명분은 가격 경쟁 그 자체가 아니었다. 류 부총재는 "가격은 매우 예민한 문제"라면서도, 이번 가격 책정의 배경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으로 문턱을 낮추되, 결국 소비자가 직접 타보고 기술과 서비스를 판단하게 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런 접근은 BYD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이후 보여준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류 부총재는 지난 1년의 성과로 최단기간 1만대 판매를 언급하면서도, 더 중요한 의미를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서 찾았다. "큰 성과라고 하면 최단기간에 1만대 판매 달성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보급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라는 발언은 BYD가 판매량만으로 한국 사업을 설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BYD가 전시장을 빠르게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년간 BYD는 한국에서 34개 전시장을 열었다. 류 부총재는 전시장을 통해 한국 소비자와 만나고 소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BYD 차량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전기차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다.
부산모빌리티쇼 참가 이유도 마찬가지다. 류 부총재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전기차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고자 참석했다"며 "어디서 거주하시든 한국에 있다면 BYD 기술을 누리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수도권 밖 소비자에게도 전기차와 BYD 기술을 접할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BYD 씨라이언 6 DM-i. ⓒ BYD코리아
다만 낯선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넘어야 할 벽은 상품성만이 아니다. 중국차라는 인식, 사후관리 우려, 부품 수급과 서비스 접근성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류 부총재가 전시장 확대와 서비스센터 확장, 빠른 부품 공급을 한 묶음으로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BYD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새로운 브랜드다"라며 전시장 오픈을 통해 소비자가 어디에 살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계속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특히 부품 공급 속도를 언급한 뒤 "어떻게든 소비자를 안심하게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장은 BYD의 한국 전략을 설명하는 핵심이다. 전시장 수를 늘리는 것은 단순한 판매망 확충이 아니다. 낯선 브랜드일수록 소비자가 직접 보고, 타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BYD가 한국에서 쌓아야 할 것은 판매량 이전에 '타도 괜찮겠다'는 감각이다.
한국과 일본 시장을 비교한 대목에서도 BYD의 시선은 드러났다. 류 부총재는 일본 역시 전기차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는 시장으로 봤다. 다만 한국에 대해서는 평가가 달랐다. 그는 "일본 시장도 전기차 관련해서는 더디게 발전하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에 비해 한국에서 전기차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국은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중국이나 유럽처럼 크지 않다. 하지만 전동화 수용성과 소비자 반응 속도에서는 BYD가 주목할 만한 시장이라는 의미다. 한국을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전동화 기술의 수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BYD 씨라이언 6 DM-i. ⓒ BYD코리아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과정에서 나온 피드백도 BYD가 강조한 부분이다. 류 부총재는 "제주도를 포함해 대전, 대구에 있는 전시장에 모두 가봤다"며 지방 전시장에서 들은 반응을 소개했다. BYD 같은 브랜드가 지방에 전시장을 열었다는 점 자체를 반기는 소비자들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전시장을 열고 끝나는 방식도 아니었다. BYD는 딜러사 직원들을 본사로 초청해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전시장 내부 인테리어 색상이나 옵션 같은 세부 의견도 들었다.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다시 운영 방식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한국 시장을 계속 조정하고 맞춰가야 할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질문에도 BYD는 시승과 체험을 앞세웠다. DM-i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성과를 낸 기술이지만, 한국 소비자에게는 아직 새롭다. 류 부총재는 BYD PHEV가 "많은 국가에서 이미 판매 중이고 성숙도와 성능을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직접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DM-i 기술에 대해 여전히 생소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BYD는 앞으로 전국 시승 이벤트와 연비 챌린지 등을 통해 소비자가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이 대목은 BYD가 한국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식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가격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결국 차를 타보고, 연비를 확인하고, 서비스망을 경험하는 과정이 쌓여야 한다. BYD가 말하는 기술 자신감도 한국에서는 체험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총재. ⓒ BYD코리아
흥미로운 점은 BYD의 답변이 공격적인 판매 목표보다 체험 확대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한국 시장에서 올해 몇 대를 팔겠다는 식의 숫자는 제시하지 않았다. 류 부총재는 "구체적인 숫자에 대한 목표치는 설정하지 않았다"며 "한국에 진출한 지 1년에 불과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당분간의 과제도 판매 목표 달성보다 브랜드 경험 확대에 가깝다. BYD는 올해와 내년까지 딜러사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지와 체험 공간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나 시장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 별도의 발전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시장 확대 속도와 가격 정책은 공격적이지만, 목표를 숫자로 밀어붙이기보다 브랜드 경험을 먼저 쌓겠다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BYD의 한국 전략이 빠른 확장과 신중한 접근을 동시에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생산이나 고급 브랜드 도입,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대해서도 답변은 조심스러웠다. 확장 가능성은 열어두되, 당장 확정된 계획처럼 말하지는 않았다.
국내 생산 계획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류 부총재는 "현 단계에서는 일단 한국에서의 생산 관련 계획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현지 서비스 영역에서는 이미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티맵과 플로를 한국 업체와의 협력 사례로 언급했고, 씨라이언 6 DM-i 역시 카카오맵을 탑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차량 생산보다 사용자 경험의 현지화에 먼저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고급 브랜드 양왕의 국내 도입도 당장 검토 중인 단계는 아니다. BYD는 이번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양왕 U9을 전시하며 브랜드 기술력을 보여주지만, 판매 라인업으로 들여오는 문제에는 시간을 두고 있다. 류 부총재는 한국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시기 또는 기회가 된다면 양왕을 포함해 들여올 계획이 있지만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BYD 씨라이언 6 DM-i. ⓒ BYD코리아
자율주행 기술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주목받는 '신의 눈' 기술의 한국 도입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류 부총재는 "명확한 일정은 아직 없다"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규제와 시장 환경을 살펴야 하는 영역인 만큼, BYD도 서두르기보다 중국 시장 성과와 한국 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결국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확인된 BYD의 한국 전략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된다. 먼저 익숙해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격으로 관심을 끌고, 전시장으로 접점을 만들고, 시승으로 불안을 낮춘 뒤, 서비스망으로 신뢰를 쌓는 방식이다.
류 부총재가 마무리 발언에서 "전기차는 단순 제품이 아니고 하나의 산업이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전기차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산업이 생기고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봤다. 홍대 인근 전시장 카페를 예로 들며, 학생과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면서 차를 만져보고 체험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BYD가 한국에서 팔려는 것은 차량 한 대만이 아니다. 전기차를 경험하는 방식, 낯선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전동화 기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접점까지 함께 넓히려 한다. 씨라이언 6 DM-i는 그 전략의 중간 지점에 놓인 모델이다.
완전한 전기차로 가기에는 아직 불안하고, 기존 하이브리드만으로는 새로움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BYD가 내민 현실적인 전동화 선택지다. BYD가 한국에서 파고든 틈은 단지 가격 경쟁력이 아니다. 전기차 시대를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직 마음이 따라오지 못한 소비자의 망설임이다.
한국 시장에서 BYD의 다음 과제도 이 지점에 있다. 낯선 브랜드가 한 번의 가격 공세로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결국 반복적인 체험과 안정적인 서비스 그리고 시간이 쌓여야 한다. BYD가 한국에서 진짜로 증명해야 할 것은 싸게 팔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래 타도 괜찮겠다는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