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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헬스케어 대전환 ②] 의료 AI 유니콘, 왜 한국엔 없나

 

송민영 SHMD 대표 | lauren@shmd.io | 2026.06.26 09:12:08
[프라임경제]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병원, 풍부한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으며, 미국 FDA와 유럽 CE 인증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글로벌 의료 AI 시장을 주도하는 유니콘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의료 AI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뛰어난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시장 규모의 한계다. 의료 AI는 일반적인 IT 서비스와 달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곧바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의료기기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병원에 도입되어야 하며, 의료진이 실제 진료 과정에서 사용해야 한다.

국내 의료시장은 우수한 테스트베드이지만 기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기에는 규모가 제한적이다. 결국 의료 AI 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설계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이 국내 인허가와 초기 사업화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보험 보상체계다. 많은 의료 AI 기업들이 인허가를 획득한 이후 가장 큰 장벽으로 보험급여 문제를 이야기한다. 의료진이 기술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병원 입장에서 경제적 보상이 없다면 실제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의료 AI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의료서비스 안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글로벌 사업화 역량이다. 의료 AI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FDA, CE, MDR, HIPAA, GDPR 등 국가별 규제를 이해해야 하고, 인허가 이후에는 유통망 구축과 보험시장 진입, 의료기관과의 협력까지 이어져야 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이러한 사업개발 역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이유는 투자 생태계다. 의료 AI 기업은 임상시험과 인허가, 보험 등재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플랫폼 기업처럼 단기간에 사용자 수를 늘려 성장성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는 전문 투자자와 자본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의료 AI는 더 이상 독립적인 솔루션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AI는 병원정보시스템(HIS), 개인건강기록(PHR), 의료데이터 플랫폼,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기기와 연결되면서 하나의 의료서비스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AI 자체보다 데이터가 흐르는 플랫폼 위에 AI를 탑재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AI가 의료데이터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진료정보와 건강기록, 병원의 업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할 때 비로소 의료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 AI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앞으로는 우수한 AI 기술만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 반대로 의료데이터 플랫폼만으로도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 의료 AI와 의료정보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진단, 치료, 사후관리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만들 수 있으며, 이는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의료데이터와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 높은 디지털 전환율, 우수한 의료데이터를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AI 기술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료 플랫폼과 혁신적인 AI 기술을 연결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글로벌 의료 AI 유니콘은 뛰어난 알고리즘 하나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의료데이터와 AI가 연결되고, 플랫폼과 서비스가 결합되며, 기술과 시장이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될 때 비로소 탄생한다.

대한민국 의료 AI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기술 강국'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강국'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송민영 SHMD 대표/서울대보건대학원 보건정책최고위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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