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사(중부·서부·동서·남동·남부발전)의 통합을 검토하는 가운데, 향후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합 한국발전공사' 본사의 입지 선정 문제가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국 최대 발전산업 집적지인 충청남도가 본사 유치의 최적지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1기다. 이 가운데 충청남도에만 31기가 집중돼 있어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남 14기, 강원 10기, 인천 6기, 전남 2기와 비교해도 충남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충남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 전력 수급을 책임져 온 핵심 거점이다. 보령과 태안, 당진을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국가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력 생산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충남에는 △보령·신보령·신서천화력발전소(한국중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한국서부발전) △당진화력발전소(한국동서발전)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발전단지가 운영되고 있다. 보령·신보령·신서천 발전단지는 총 8419MW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국내 최초 순수 국산 기술로 건설된 1000MW급 초초임계압 발전설비가 가동 중이다. 태안화력은 약 6451MW, 당진화력은 약 6040MW의 설비용량을 보유하며 국내 전력 생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에너지 공급의 이면에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희생이 존재한다. 충남 서해안 지역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발전소 운영에 따른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중금속 문제,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온배수 피해 등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국가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공익을 위해 지역이 부담해 온 사회적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합 한국발전공사 본사 유치는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국가 전력 생산을 위해 희생해 온 지역 주민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충남은 현재 또 다른 전환점에 서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과 탈석탄 기조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발전기는 가동을 종료했거나 폐지 절차에 들어갔으며, 앞으로도 단계적인 폐쇄가 예정돼 있다.
발전산업 의존도가 높은 보령·태안·당진 등 서해안 지역은 발전소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세수 감소와 고용 축소, 협력업체 이탈 등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수천 명 규모의 인력과 조직이 근무하게 될 통합 한국발전공사 본사가 충남에 자리 잡는다면, 관련 산업과 연구기관, 협력업체가 함께 집적되는 효과를 통해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은 단순히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은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LNG 복합발전, 수소 혼소발전, 신재생에너지 연계 사업 등 미래 에너지 산업 전환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지역 중 하나다. 발전산업 인프라와 전문 인력, 연구 역량이 이미 집적돼 있어 에너지 전환 정책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전산업 통합 조직이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발전설비와 산업 생태계가 집중된 지역에 본사가 위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통합 한국발전공사 본사 입지 선정은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니다. 이는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화 속에서 지역의 희생과 기여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기도 하다.
전국 최대 전력 생산 기지로서 대한민국 산업화를 뒷받침해 온 충남은 이제 탈석탄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통합 한국발전공사 본사의 충남 유치는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Just Transition)을 실현하는 상징적 정책이 될 수 있다.
전력 생산의 중심이었던 충남이 미래 에너지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