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천댐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사안의 핵심은 찬성과 반대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하느냐보다, 청양의 미래를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에 있다.

청양군 장평면 일원의 지천댐 건설 예정지. ⓒ 프라임경제
지천댐은 단순한 토목사업을 넘어선다. 충남 서북부권의 안정적인 용수 확보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익적 필요가 있는 반면, 수몰 피해와 농업 기반 변화, 생태계 훼손, 지역 공동체 붕괴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찬성 측은 반복되는 가뭄과 물 부족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업과 생활용수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장기적인 지역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댐 건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 측은 사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선다. 수몰 지역 주민의 생활 터전과 농업 기반 상실, 생태환경 변화, 보상과 이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양과 부여 일대에서는 주민설명회와 집회, 서명운동 등이 이어지며 갈등이 누적돼 왔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 여부를 둘러싼 결론만큼,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최근 지천댐 건설 여부와 관련해 "주민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도지사나 시장·군수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론화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당선인은 공론화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 투명성이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입장이나 행정기관의 추진 의지보다 주민들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우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천댐 갈등은 찬반 의견의 숫자만으로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나더라도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인식되면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신의 의견이 최종 결정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고 숙의 과정이 공정하게 운영됐다는 신뢰가 형성되면 사회적 수용성은 높아질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면 위원 구성부터 객관성과 대표성을 갖춰야 한다. 찬반 입장을 가진 전문가뿐 아니라 환경·수자원·지역개발·사회갈등 조정 분야 전문가와 직접 이해당사자인 주민이 균형 있게 참여해야 한다.
정보 공개도 핵심이다. 사업의 경제성, 수몰 범위, 환경영향, 대체 수자원 확보 방안, 지역 지원과 이주 대책 등 핵심 자료가 주민들에게 동등하게 제공돼야 한다. 특정 정보만 부각되거나 불리한 자료가 누락될 경우 공론화 절차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공론화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찬성 결론을 얻기 위한 절차도, 반대 결론을 확정하기 위한 장치도 아니라는 점에서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의를 거쳐 주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론화의 출발점이다.
지천댐 논의는 독립적인 공론화위원회 구성, 정보의 투명한 공개, 결과에 대한 정치권과 행정기관의 책임 있는 수용이라는 원칙 위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 지원과 지역 발전, 환경 보전 대책까지 함께 논의된다면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제기된 찬반 논거와 지역사회 우려는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따른 주장인 만큼, 향후 공론화위원회 구성 방식과 검토 자료의 공개 범위, 중앙정부 및 관계 지자체의 입장 정리가 지천댐 논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