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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갈린 유통가…백화점·K뷰티는 '오프라인 특수'

원화 약세에 외국인 소비 확대…백화점 명품·패션 매출 견인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6.06.25 10:14:23
[프라임경제] 고환율이 유통가의 부담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수입 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큰 업종은 비용 압박을 받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소비와 맞닿아 있는 백화점·면세점·헬스앤뷰티(H&B)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원화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한국에서 명품과 K뷰티, 패션 상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에 해외여행 비용 부담을 느낀 내국인까지 백화점과 쇼핑몰로 유입되면서, 유통업계는 단순 판매를 넘어 체류형 콘텐츠와 결제 편의, 외국인 전용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9.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오프라인 매출은 9.3%, 온라인 매출은 8.8% 늘었다.

업태별로는 차이가 뚜렷했다. 백화점 매출은 24.5%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는 각각 5.1%, 8.0% 감소했다. 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해외유명브랜드, 패션의류, 잡화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 명품 매장의 온도는 특히 뜨겁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최근 외국인 매출 비중이 30%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5월 기준 외국인 매출도 전년 대비 170%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더현대 서울도 비슷한 흐름이다. 외국인 방문이 많은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명품과 패션 매출이 늘면서 백화점 업계 전반이 환율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원화 약세로 외국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 내 쇼핑 가격 매력이 커졌고, K콘텐츠 인기에 따른 방한 수요 확대도 맞물렸다.

증권가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004170)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4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은 1조7911억원으로 5.7%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수요 확대에 따른 백화점 사업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소비 흐름을 '체류형 콘텐츠'로 연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오는 26일부터 8월20일까지 더현대 서울과 압구정본점 등 주요 점포에서 여름 테마 행사 '비바 리비에라'를 진행한다. 고환율 영향으로 해외여행 대신 백화점과 쇼핑몰을 찾는 '몰캉스' 수요를 겨냥한 행사다.

더현대 서울 비바 리베리아 행사 연출 이미지.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를 콘셉트로 한 공간 연출과 상품 구성,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철 현대백화점 방문객 수 비중은 26%로 봄·가을·겨울을 모두 웃돌았다. 과거 백화점 비수기로 꼽히던 여름이 쇼핑과 식사, 문화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시즌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인공지능(AI) 도슨트 서비스도 진행한다"며 "이번 여름 테마 행사의 콘셉트와 참여 브랜드 및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9개 언어의 음성과 텍스트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도 외국인 고객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외국인 고객 대상 신용카드 할부 결제 서비스 '나누페이'를 도입했다. 해외 발급 비자카드 소지 고객이 별도 앱 설치나 신규 카드 발급 없이 기존 카드로 할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베트남 고객을 대상으로 명동점에서 우선 운영되며, 향후 인천공항점과 적용 국가 확대를 추진한다. 화장품·패션·시계·주얼리 등 객단가가 높은 면세 쇼핑 특성상 결제 부담을 낮추는 서비스가 구매 전환율과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K뷰티 채널도 외국인 소비 확대의 수혜를 보고 있다. CJ올리브영이 글로벌택스프리와 외국인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연속 올영세일 기간 한국을 찾아 K뷰티 쇼핑을 즐긴 외국인은 3년 전보다 11배 급증했다.

세일 기간에 맞춰 1년에 2회 이상 한국을 다시 찾는 외국인도 2023년 이후 연평균 2배씩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일 기간 중 3회 이상 한국을 재방문해 올영세일을 즐긴 외국인 관광객이 6200여명에 달했다.

외국인 소비는 서울 주요 상권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이번 6월 올영세일 기간 비수도권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해 전국 평균 증가율인 45%를 웃돌았다. 올리브영 글로벌몰 방문자 수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80% 이상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한 K뷰티 큐레이션이 온라인 역직구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커머스 업계도 역직구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K뷰티와 패션 인기에 원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해외 소비자가 국내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11번가는 중국 징둥닷컴과 '11번가 전문관'을 열었고, G마켓은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를 통해 역직구 채널을 넓히고 있다.

다만 환율 효과는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다. 고환율이 장기화할수록 수입 상품과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외국인 소비 수혜를 보는 업태도 일시적인 가격 매력에만 기대서는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유통업계는 외국인 고객을 단기 매출원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결제 편의, 택스리펀드, 다국어 안내, 외국인 전용 멤버십, K콘텐츠 연계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은 일부 유통업체에는 부담이지만 외국인 관광객과 연결된 채널에는 분명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환율 특수를 일회성 매출로 끝내지 않고, 한국 쇼핑 경험 자체를 다시 찾고 싶은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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