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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토요타식 신뢰에 욕망을 얹은 '올 뉴 RAV4'

PHEV는 전기차 감각을, GR SPORT는 운전 욕심을 더했다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6.23 10:27:46
[프라임경제] 토요타 RAV4는 늘 좋은 선택지였다. 고장이 적을 것 같고, 연비는 믿을 만하며, 공간도 충분했다. 가족이 타도 부담 없고, 장거리 이동에도 불안하지 않은 SUV. 구매 이후 후회할 가능성이 낮은 차라는 점에서 RAV4는 오랫동안 토요타의 장점을 가장 대중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대신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차는 아니었다. RAV4를 고르는 이유는 대개 설렘보다 신뢰. 좋은 차라는 데 이견은 적었지만, 꼭 갖고 싶은 차라고 말하기에는 감정의 온도가 낮았다. 토요타가 국내 시장에서 자주 마주했던 숙제도 여기에 있었다. 품질은 충분했지만, 욕망을 자극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올 뉴 RAV4는 '라이프 이즈 언 어드벤처'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Go anywhere), 무엇이든 할 수 있는(Do anything)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 토요타코리아


올 뉴 RAV4는 그 익숙한 이미지를 조금 비튼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HEV GR SPORT까지 세 가지였다.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RAV4의 기본값처럼 느껴졌다. 조용하고 효율적이며, 토요타다운 안정감이 또렷했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집중한 부분은 PHEV와 GR SPORT였다. RAV4가 잘하던 영역을 반복하는 대신, 그동안 부족했던 감각을 조금씩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표정은 또렷해지고, 덜 심심해진 실내

먼저 올 뉴 RAV4의 외관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전면부는 토요타 최신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해머헤드(Hammerhead) 스타일을 적용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램프와 넓어 보이는 차체 비율이 맞물리면서, 기존 RAV4보다 표정이 또렷해졌다. 과거의 RAV4가 기능 좋은 아웃도어 장비처럼 보였다면, 이번 모델은 도심에서도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쪽에 힘을 준다.

차체 옆모습에서는 SUV다운 자세가 강조된다. 높은 지상고와 굵은 휠 아치, 큰 휠이 만드는 인상이 꽤 당당하다. 특히 PHEV와 GR SPORT로 갈수록 시각적인 밀도가 높아진다. PHEV XSE의 20인치 블랙 휠은 차체를 한층 단단하게 잡아주고, GR SPORT는 전용 범퍼와 그릴,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 전용 휠을 통해 RAV4의 무난한 얼굴에 스포티한 표정을 더한다.

흥미로운 건 이런 변화가 과장으로 흐르지 않는다. RAV4는 여전히 실용 SUV 틀 안에 있다. 과격한 선을 덧대기보다 차체를 넓고 단단하게 보이도록 조율했다. 덕분에 디자인 변화가 낯설게 튀기보다, 기존 RAV4의 이미지를 조금 더 젊고 또렷하게 다듬었다.

GR SPORT 트림에 적용된 윙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는 엄격한 풍동 시험을 거쳐 전후방 공기역학적 밸런스를 철저하게 계산해 제작됐다. ⓒ 토요타코리아


실내 변화도 외관만큼 중요하다. 토요타 실내는 오랫동안 심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 뉴 RAV4는 그 인상을 어느 정도 덜어낸다. 수평형 레이아웃은 시야를 넓게 만들고, 운전석 주변 조작부는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정리됐다.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실내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정돈됐다.

12.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계기판은 실내 인상을 바꾸는 핵심 요소다. 화면 크기가 커졌고, 그래픽도 또렷해졌다. 전자식 시프트 레버는 센터콘솔 주변을 깔끔하게 만들고, 양쪽에서 열 수 있는 센터콘솔은 실제 사용 편의성을 챙긴 장비다. 작은 차이지만 매일 타는 SUV에서는 이런 부분이 체감 품질을 만든다.

GR SPORT의 실내는 조금 더 직접적이다. GR 로고가 들어간 스티어링 휠과 시트, 알루미늄 페달, 전용 스커프 플레이트가 분위기를 바꾼다. 이 차가 본격 고성능 SUV라는 착각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운전자가 문을 열고 앉았을 때 "조금 다른 RAV4를 탔다"는 감각을 준다. 토요타에게는 이 정도 변화도 꽤 의미 있다. 그동안 RAV4에 부족했던 건 완성도가 아니라 감정의 장치였기 때문이다.

◆전기차처럼 움직이고, 하이브리드처럼 버티기

PHEV는 올 뉴 RAV4의 성격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이미 검증된 기술이다. 연비가 좋고 조용하다는 장점도 익숙하다. 그래서 PHEV의 역할은 중요하다. 기존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감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섞어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GR SPORT 트림에 적용된 윙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는 엄격한 풍동 시험을 거쳐 전후방 공기역학적 밸런스를 철저하게 계산해 제작됐다. ⓒ 토요타코리아


출발은 조용하고 매끄럽다.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개입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도 기존 하이브리드보다 한층 여유롭다. 전기모터가 초반부터 힘을 보태기 때문에 차체 크기에 비해 움직임이 가볍게 느껴진다. SUV 특유의 둔한 움직임보다, 조용하고 힘 있게 밀고 나가는 감각이 앞선다.

시스템 총출력 329마력(PS)이라는 숫자는 실제 주행에서도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다. 강하게 몰아붙이는 차라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힘을 아끼지 않는 쪽이다. 도심에서는 조용히 움직이고, 고속도로 진입이나 추월 상황에서는 여유 있게 속도를 붙인다. RAV4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편안함은 유지하면서, 이전보다 확실히 두꺼운 힘을 품었다.

이 힘을 뒷받침하는 핵심은 배터리다. 올 뉴 RAV4 PHEV는 22.68㎾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존보다 용량이 25% 늘었고, 전기만으로 최대 77㎞를 달릴 수 있다. 출퇴근이나 도심 이동이 중심인 운전자라면 엔진을 깨우지 않고 하루 주행을 마칠 수 있는 거리다. PHEV가 전기차의 대체재는 아니지만, 일상에서는 전기차처럼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비도 PHEV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휘발유 기준 복합연비는 15.3㎞/ℓ(도심 15.9, 고속 14.6)다. 전기 기준으로는 복합 4.3㎞/㎾h(도심 4.8, 고속 3.8)를 기록했다. 전기 주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심 효율이 살아나고, 장거리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부담을 덜어준다. 충전과 주유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이 RAV4 PHEV의 현실적인 강점이다.

올 뉴 RAV4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차량의 폭을 강조하면서 날카롭고 길게 뻗은 '해머헤드' 디자인이다. ⓒ 토요타코리아


이번 PHEV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급속충전이다. 올 뉴 RAV4 PHEV는 50㎾ CCS1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상온 25도 기준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약 35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기존 PHEV가 집이나 회사 완속충전에 기대는 성격이 강했다면, RAV4 PHEV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쇼핑몰에서도 전기 주행거리를 회복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 큰 차이다.

충전 편의성이 더해지면서 PHEV의 쓰임새도 넓어진다. 평일에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게 출퇴근하고, 주말 장거리 이동에서는 하이브리드 SUV처럼 달릴 수 있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걱정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낮은 전동화 선택지가 된다.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 가장 현실적인 중간 지대를 제시하는 셈이다.

주행 질감은 토요타답게 부드럽다. e-CVT 특유의 매끄러운 연결감은 여전하고, 엔진과 모터가 오가는 과정도 거슬리지 않는다. 급가속 때 엔진음이 올라오는 순간은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RAV4 PHEV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힘의 양만이 아니다. 전기 주행거리, 효율, 충전 편의성, 하이브리드의 지속성이 한 차 안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맞물린다는 점이다.

◆RAV4에 부족했던 건 성능보다 욕망

GR SPORT는 이번 시승에서 가장 궁금했던 모델이다. 이름에 GR이 붙는 순간 기대와 의심이 동시에 생긴다. 진짜 운전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아니면 스포티한 장식에 머무를지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RAV4 GR SPORT는 스포츠 SUV로 성격을 완전히 바꾼 차는 아니다. 다만 일반 RAV4와 분명히 다른 감각을 만든다.

후면부는 차량의 폭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수평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 토요타코리아


차이는 조향에서 시작된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 휠이 한층 묵직해진다. 차체 반응도 조금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PHEV의 여유로운 출력에 GR SPORT 전용 하체 세팅이 더해지면서, 코너를 통과할 때 차가 흐트러지는 느낌이 줄었다. SUV인 만큼 무게와 높이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오는 감각은 이전보다 또렷하다.

GR SPORT에는 전용 20인치 경량 휠, 프런트 퍼포먼스 댐퍼, 리어 서스펜션 보강 파츠, 전용 EPS 맵핑 등이 적용됐다. 이런 요소들은 카탈로그에서는 건조한 기술 설명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차체의 긴장감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노면 충격을 무작정 부드럽게 흘리는 쪽보다, 차체를 조금 더 단단하게 붙잡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과하게 딱딱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RAV4의 기본 성격은 여전히 가족형 SUV다. 장거리 이동에서 피곤할 정도로 날카롭게 세팅된 차는 아니다. 대신 코너를 돌 때, 차선을 바꿀 때, 속도를 조금 높였을 때 운전자가 느끼는 신뢰감이 좋아졌다. GR SPORT는 RAV4를 뜨겁게 만들기보다, 덜 심심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GR SPORT에서 중요한 건 장식의 수가 아니다. 운전자가 문을 열고 앉았을 때 일반 RAV4와 다른 태도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전용 시트와 스티어링 휠, 알루미늄 페달은 주행 성능을 직접 끌어올리는 장비라기보다 운전자의 마음을 먼저 바꾸는 장치에 가깝다. 

GR SPORT 트림 실내는 논슬립 스웨이드 소재의 정전기 저감 기능이 포함된 D-시트가 적용됐다. = 노병우 기자


이후 스티어링을 돌리고 차체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기대가 어느 정도 이어진다. 토요타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지점도 여기다. 좋은 차라는 확신은 충분했지만, 타고 싶다는 감정까지 설득하는 일에는 늘 조금 조심스러웠다.

토요타는 좋은 차를 만드는 데 익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좋은 차와 갖고 싶은 차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RAV4 GR SPORT는 그 간격을 줄이려는 모델이다. 성능 수치만 앞세우는 차는 아니지만, 운전자가 차를 바라보고 만지고 몰아볼 때 조금 더 적극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RAV4에 GR SPORT가 필요한 이유였기도 하다.

올 뉴 RAV4는 여전히 착한 SUV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이며,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수 있는 차다. 하이브리드는 그 장점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세대의 변화는 PHEV와 GR SPORT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PHEV는 전동화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주행 감각을 제시하고, GR SPORT는 RAV4에 부족했던 욕망의 표정을 입힌다.

토요타는 여전히 믿을 만한 차를 만든다. 이제는 거기에 조금 더 갖고 싶은 이유를 얹으려 한다. 올 뉴 RAV4는 그 변화의 출발점에 선 모델이다. 착한 SUV였던 RAV4가 조금은 욕심 있는 SUV로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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