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반도체 중심 랠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상대적 소외를 겪고 있다. 증권가는 반도체 독주가 완화될 경우 코스닥에도 반등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코스닥은 다시 1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114% 넘게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4% 오르는 데 그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왜 못 오르나"를 넘어 "언제 오를까"로 이동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 종가 4309.63에서 지난 19일 9052.42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 기준 시작가 대비 상승률은 114.81%에 달한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종가 기준 945.57에서 966.5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시작가 대비 상승률도 4.44%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는 11.43% 급등한 반면 코스닥은 6.07% 하락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는 동안 코스닥은 다시 '천스닥' 아래로 밀려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부진의 원인을 코스닥 자체보다 반도체 중심의 쏠림 현상에서 찾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서 시장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코스닥 막는 반도체 독주…수급·실적·금리 '삼중 부담'
실제 코스닥 시장의 핵심 수급 주체였던 개인투자자들도 코스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8조163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30조3106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을 떠받치던 개인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급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끄는 주체가 반도체와 AI 관련 대형주인 만큼 투자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실적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726조8738억원에 달한다. 반면 코스닥은 9조9591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 격차는 약 14배지만 이익 추정치 격차는 70배를 웃돈다.
특히 코스피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반면 코스닥은 바이오와 이차전지 등 대표 업종의 실적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면서 투자 매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리 환경도 코스닥에는 불리하다.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금리 상승 시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최근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성장주 선호가 약해진 점도 코스닥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부진은 단순 낙폭 과대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급, 이익, 금리 세 가지 모두 코스피 우위의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빼앗긴 수급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형주 랠리가 마무리돼야 한다"며 "수출과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코스닥으로의 본격적인 순환매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코스닥의 봄'은 반도체 이후
증권가는 현재 시장을 '코스닥 약세'보다 '반도체 강세'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 상승은 시장 전반의 강세라기보다 반도체와 삼성그룹 계열사에 집중된 압축 랠리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이른바 'S7'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 시가총액 흐름도 코스닥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글로벌 자금을 반도체와 관련 산업으로 끌어들이면서 시장 내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S7 중심의 쏠림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닥과 바이오 업종의 본격적인 반등은 주도주 피크아웃을 고민하는 시점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심은 반도체 이후 어떤 업종이 시장 주도권을 이어받을지에 쏠린다. 과거에도 특정 업종 중심의 강세장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증권가는 반도체 중심 랠리가 진정될 경우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헬스케어를 비롯해 미디어, 레저, 유틸리티 업종 등이 순환매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금리 안정이 동반될 경우 반등 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아직 반도체 업황의 정점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대형주 중심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증권가의 시선은 코스닥 자체보다 반도체 랠리의 지속 여부에 향하고 있다. 지금 시장의 핵심 변수는 '코스닥이 얼마나 좋아질까'보다 '반도체가 언제까지 강할까'라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이 다시 성장주로 이동하는 순간,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에도 반등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코스닥이 못 가는 장'이 아니라 '반도체가 너무 강한 장'으로 보는 게 맞다"며 "결국 반도체 중심 랠리가 진정되고 금리 부담이 완화되는 시점이 코스닥의 봄이 시작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