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화(000880)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AI 지분 6.50%를 추가 확보하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말까지 지분을 늘리겠다고 예고한 계획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조기 달성한 것.
한화시스템(272210) 역시 1250억원을 들여 지분을 1.53%까지 끌어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HAUSA)가 보유한 1.01%까지 합산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총 9.04%다. 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 자리를 굳혔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을 9.97%까지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15일 KAI 종가(14만7600원) 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12%를 훌쩍 넘어선다.
한화는 이미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공시한 상태다.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이다. 사실상 KAI를 한화의 우주·항공 전략 파트너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명분은 뚜렷하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한 뒤 2영업일 연속 주가가 각각 19.3%, 19.6% 급등해 15일 종가 192.5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만 2조5200억달러(약 3797조원)에 달하고,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857억달러다. 우주산업이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과 규모의 게임'으로 재편된 셈이다.
반면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1조1201억원에 불과하다. 민간 자본도 척박하다는 평가다. KAI 입장에서는 독자적 자금 조달과 선제적 시장 진입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화는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발사체 등 분야에서 30년 넘게 투자를 이어온 곳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면서 위성개발과 공중전투체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중복 투자를 걷어내고 역량을 통합하면 발사체부터 위성·지상체계·우주서비스까지 이어지는 국내 최대 우주산업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항공기 수출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해외 고객들은 이제 기체 단독 구매보다 엔진·항전장비·무장체계를 묶은 통합 패키지와 핵심 기술 이전, 공동개발 조건 등을 요구한다. 공급망 전체의 협상력이 수출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화의 차세대 항공엔진 개발 역량이 KAI의 기체 생산라인과 결합하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수출 전략을 짤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지역 산업 지형도도 바뀔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KAI는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경남 창원-사천과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을 잇는 남부지역 우주·항공 종합 벨트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 생태계 확장도 기대되고 있다.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협력업체 해외 동반 진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KAI 인수를 위한 의지도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1대 주주가 수출입은행이라 한화의 KAI 인수 여부는 정부 의중에 달려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