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보 노선 일부가 백제시대 유적인 안산동산성 인근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화재 훼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과 문화재 보존단체는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문화유산과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해당 구간이 법적 보호구역 밖에 위치해 있어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산동산성은 대전 유성구와 세종시, 충남 공주시에 걸쳐 있는 백제시대 산성 유적으로, 백제 축성기법과 구조를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문화재 지정구역은 대전시 구간을 중심으로 설정돼 있으며, 세종시와 공주시 구간은 문화재 지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논란이 된 송전선로 후보 노선 역시 문화재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세종·공주 구간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문화재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노선 검토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산동산성 보존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안산동산성은 하나의 역사문화유산임에도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다는 이유로 일부 구간이 보호 체계에서 제외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결국 관리 공백이 생긴 구간으로 송전선로가 검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연 안산동산성 보존을 위한 대책위원회 총무는 "한 번 훼손된 문화재는 원형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안산동산성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역사 자산이자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 거점"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심정보 한밭대학교 명예교수는 "백제 산성 가운데 이처럼 원형이 잘 보존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안산동산성은 역사적 가치 측면에서 보물급 문화유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해당 노선이 문화재 지정구역을 직접 통과하지 않으며, 관련 법령과 행정 절차에 따라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지자체 문화재 자료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검토했으며 현재 검토 구간은 법적으로 지정된 문화재 보호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아직 노선이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고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지자체와 관계기관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세종·충남 공주에 걸쳐 있는 백제시대 유적 안산동산성의 성벽 모습. ⓒ TJB캡처
문화재청(국가유산청) 역시 아직 공식적인 인허가 신청이 접수된 단계는 아니지만 관련 질의와 의견 제기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전력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 보존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사업은 충청권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국가 전력망 확충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노선 확정과 인허가 과정에서 문화재 보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제기된 문화재 훼손 우려와 노선 설계 의혹은 주민 및 대책위 측 주장인 만큼, 향후 관계기관 검토 결과와 한국전력공사의 추가 입장, 인허가 절차 진행 상황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