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에어부산에 투입한 100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를 주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에어부산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재무개선 조치지만, 2027년 1분기 LCC 통합을 앞두고 에어부산의 재무 리스크를 미리 걷어내려는 성격이 짙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 인수한 에어부산 제6회 영구전환사채에 대한 전환권 행사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영구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이번 전환이 이뤄지면 에어부산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성격의 자금 부담이 줄고, 자본 기반은 그만큼 두꺼워지는 효과가 생긴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금융비용 감소다. 에어부산은 이번 전환으로 연간 60억원 수준의 이자 부담을 덜게 된다. 향후 금리 조건이 높아지는 스텝업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항공사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자비용 축소는 에어부산의 손익 방어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항공업계에서 유가와 환율은 단순한 외부 변수가 아니다.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 상당 부분이 국제 유가와 달러화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특히 LCC는 운임 경쟁이 치열해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업황 변동성이 커진 만큼, 재무 체력을 보강하는 작업의 필요성도 커졌다.
이번 결정은 에어부산의 비용을 줄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영구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면,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 대한 채권자 성격을 덜고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더 키우게 된다. 이는 향후 통합 과정에서 에어부산을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전환권 행사 배경으로 에어부산의 기업가치 상승 기대와 안정적인 통합 완수를 제시했다. 에어부산이 2023년 이후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경쟁 LCC와 비교해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여온 만큼 현재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2027년 1분기 LCC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에어부산의 재무구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다. 통합 이후에는 노선, 기재, 인력, 정비, 구매 체계 등을 하나의 틀 안에서 다시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 회사의 재무 부담이 크면 통합 시너지보다 정상화 비용이 먼저 부각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금 전환권을 행사하는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에어부산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자본 구조를 안정시켜야 통합 이후 구매 최적화, 자원 효율화, 항공기 가동률 제고 같은 시너지 논리를 현실화하기 쉽다. 결국 이번 전환은 에어부산 자체의 재무개선이자, 통합 LCC 출범 전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이후 LCC 업황 회복 과정에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지역 수요와 국제선 회복세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가 실적만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판단이다.
문제는 향후 통합 구조 안에서 에어부산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다. 에어부산의 재무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통합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통합 LCC 체제에서 에어부산의 독자성과 지역 기반이 어떻게 유지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무개선 효과와 별개로, 기존 주주 가치 희석 가능성 역시 시장이 살펴볼 변수다.
이번 전환권 행사는 에어부산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자 부담을 덜고 자본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통합을 앞둔 계열 LCC의 재무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이다. 결국 핵심은 전환 자체가 아니라, 이 조치가 향후 통합 LCC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통합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