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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럭셔리, 벤틀리의 경쟁력은 '색'에서 시작

크루 신규 페인트 공장 가동…비스포크 도장·친환경 공정 고도화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6.15 11:47:42
[프라임경제] 벤틀리모터스가 영국 크루(Crewe) 본사 내 신규 페인트 공장을 가동하며, 전동화 전환에 맞춘 생산 체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공장은 벤틀리가 추진 중인 미래형 생산 거점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의 핵심 시설이다. 올해 말 공개 예정인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를 포함해 향후 주요 모델의 도장 공정을 맡는다.

이번 공장 가동은 럭셔리 브랜드가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전동화 전환은 파워트레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생산 방식, 고객맞춤형 사양 대응, 환경 규제 대응까지 함께 바꾸고 있다. 

이에 벤틀리가 페인트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차체 색상과 마감 품질이 브랜드 경험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는 초고가 럭셔리 시장에서 도장 공정은 제조 효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벤틀리모터스가 지난 11일부터 영국 크루(Crewe) 본사 내 최첨단 신규 페인트 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새 페인트 공장은 연면적 1만2500㎡ 규모로 조성됐다. 컨티넨탈 GT와 컨티넨탈 GTC, 플라잉스퍼 도색 작업을 담당하며, 향후 벤테이가 도장 공정도 순차적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벤틀리 최초 순수 전기차 역시 이 시설에서 도장 작업을 거치게 된다.

벤틀리가 강조하는 방향은 비스포크 대응력이다. 신규 공장은 약 100종에 달하는 외장 컬러와 새로운 맞춤형 도장 공정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색상은 선택사양을 넘어 고객 취향과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기능한다. 

벤틀리 입장에서는 전기차 시대에도 내연기관 시대와 같은 수준의 개인화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신규 페인트 공장은 그 접점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이곳에는 100종에 달하는 외장 컬러 선택지와 새로운 비스포크 도장 공정을 지원한다.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공장 외관에도 벤틀리식 맞춤제작 방식을 반영했다. 건물에는 고객맞춤형 컬러 팔레트에서 선정된 45개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됐다. 각각의 패널은 실제 벤틀리 차량과 같은 도장 공정과 기법으로 제작됐다. 생산시설 외벽까지 브랜드의 도장 품질을 보여주는 전시장처럼 활용한 셈이다.

환경 대응도 이번 공장의 주요 축이다. 벤틀리는 기존 솔벤트 기반 프라이머를 수성 프라이머로 대체하고, 도장 정밀도 개선과 마스킹 자재 사용 감소, 여과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통해 기존 시설 대비 폐기물 발생량을 최대 45% 줄였다고 설명했다. 

도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 저감을 위해 잔류 열 산화 장치(Residual Thermal Oxidiser, RTO)도 도입했다. 해당 장치는 공정 중 발생하는 가스를 1000℃에서 연소·정화한 뒤 배출해 VOC 배출량을 최대 98%까지 줄인다.

신규 페인트 공장 내부는 생산 공정의 모든 요소를 최적화하고 수작업 공정과 자동화 공정 모두에 이상적인 작업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2개 층으로 구성됐다.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에너지 관리 방식도 바뀌었다. 공장은 2개 층으로 구성됐으며, 수작업 공정이 많은 1층에는 작업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상층부 첨단 도장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열은 회수 후 시설 전반에 재분배된다. 이를 통해 연중 약 3분의 2 기간 별도 난방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도 확대됐다. 신규 페인트 공장에는 총 10대의 자율주행 유도 운반차(Automated Guided Vehicle, AGV)가 투입된다. AGV는 차체를 작업 구간 사이에서 이동시키며 공정 흐름을 조율한다. 

벤틀리에 따르면 자동차 페인트 공장에 자율 이동 운반 시스템을 적용한 첫 사례다. 고객별 사양이 복잡하게 갈리는 비스포크 도장 공정에서 차체 이동과 추적을 정교하게 관리하기 위한 선택이다.

벤틀리는 신규 시설 가동을 기념해 새로운 '스펙트라플레어' 마감이 적용된 단 한 대뿐인 컨티넨탈 GT S를 공개했다.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AGV 기술은 크루 부지 내 오래된 생산 건물인 A1 리노베이션에도 적용되고 있다. A1은 벤틀리 순수 전기차 생산 라인이 들어설 예정인 공간이다. 벤틀리가 신규 페인트 공장과 전기차 생산라인 재정비를 함께 추진하는 것은 향후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에 맞춰 생산 동선을 다시 짜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벤틀리는 공장 가동을 기념해 새로운 도장 기술이 적용된 원-오프 컨티넨탈 GT S도 공개했다. 해당 차량에는 신규 '스펙트라플레어(Spectraflair)' 마감이 처음 적용됐다. 

기존 베르던트 컬러를 바탕으로 개발된 스펙트럴 베르던트(Spectral Verdant) 마감은 자연광 아래에서 다양한 색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마감은 향후 바이 뮬리너(By Mulliner) 익스텐디드 페인트 라인업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벤틀리는 신규 시설 가동을 기념해 새로운 '스펙트라플레어' 마감이 적용된 단 한 대뿐인 컨티넨탈 GT S를 공개했다.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특별제작된 컨티넨탈 GT S에는 고스트 화이트 펄레센트(Ghost White Pearlescent) 컬러의 유니언 잭 레이싱 스트라이프도 더해졌다. 스트라이프는 며칠에 걸친 수작업 비스포크 도장 공정으로 완성됐다. 벤틀리가 이 차를 함께 공개한 것은 신규 공장이 효율 중심 시설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 고유의 수작업 감성과 맞춤 제작 역량을 확장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안드레아스 레헤(Andreas Lehe) 벤틀리모터스 생산 부문 이사회 멤버는 "신규 페인트 공장의 가동은 벤틀리의 드림 팩토리 전략을 실현하는 중요한 이정표다"라며 "벤틀리는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페인트 품질을 더욱 발전시키고 다양한 모델 라인업 전반에 걸쳐 차별화된 비스포크 마감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는 고성능·고급 브랜드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벤틀리의 새 페인트 공장은 그 답을 생산 현장에서 찾는 사례다. 전기차를 만들되, 벤틀리다운 색과 질감, 고객 맞춤 경험을 생산 공정 안에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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