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전기(009150)가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맺으며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전자부품 시장 입지를 넓힌다.
기존 주력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AI 반도체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에 이어 실리콘 커패시터까지 AI 반도체 핵심 부품 공급 체인을 완성했다.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이 실리콘 캐패시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지혜 기자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연 제품 세미나에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실리콘 커패시터를 활용한 전력 안정화 솔루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용량·다기능 제품군을 확장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다변화해 시장 점유율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호 간섭을 줄여주는 부품이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MLCC 대비 얇은 두께로 반도체 패키지 내부에 탑재될 수 있으며, 전력 변동 시 빠르게 대응해 노이즈를 제거하고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전기는 미세 가공을 제어해 실제 전기를 저장하는 캡 형성 부문의 두께를 머리카락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김 그룹장은 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가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MLCC가 진입하지 못하던 초박형·고성능 영역을 메운다고 봤다.
그러면서 "MLCC는 두께를 낮출 수 없고 기생 인덕턴스(ESL, 회로 속 불청객)가 많을 경우 불리한 반면 실리콘 캐패시터는 높이 제약이 있을 때 사용하기 좋고 사이즈, 온도 등과 상관없이 설계에 있어 자유도가 높다"며 "일반 시장은 MLCC가 커버한다면 아주 높은 성능의 파워가 들어가는 영역은 실리콘 캐패시터가 커버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와 실리콘 캐패시터 목업. = 박지혜 기자
삼성전기는 D램(DRAM) 반도체 제조에 활용되던 집적 적층 캐패시터(ISC) 공정을 실리콘 캐패시터에 적용했다. 실리콘 웨이퍼를 깊게 파내 표면적을 극대화하고, 그 안에 유전체와 전극을 형성해 작은 면적에서 높은 전기 용량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삼성전기는 MLCC·패키지 기판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사로서 AI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의 토탈 솔루션 공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 기판인 FC-BGA 위에 실리콘 캡과 MLCC를 함께 탑재해 공급할 수 있다.
김 그룹장은 "고객과 협의할 때 MLCC와 실리콘 캡을 함께 제안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부품별로 여러 공급업체를 관리할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북미를 비롯한 다수의 빅테크 기업들과 추가적인 수주 논의를 긴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성화됨에 다라 실리콘 캐퍼시터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체결한 공급 계약을 발판 삼아 고용량·다기능 실리콘 캐패시터 라인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그룹장은 "최근 수주한 기업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대형기업들을 상대로 실리콘 캡 판촉을 진행 중"이라며 "삼성전기 역량을 기반으로 한 토탈 솔루션을 통해서 시장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