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루만 더 버텼으면 됐는데…."
직장인 박지한(가명·31세) 씨는 최근 코스피 급락 과정에서 보유 중이던 반도체주를 반대매매로 처분당했다. 담보 부족 통지를 받은 뒤 추가 자금을 마련할 시간도 없이 주식이 강제 매도됐고, 다음날 시장이 8% 넘게 급반등하자 허탈함만 남았다.

반도체주 중심의 빚투 자금이 급락장을 버티지 못하면서 반대매매가 속출했다. 시장이 급반등했지만 강제 매도된 투자자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챗GPT 생성이미지
코스피 급락 여파로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급증하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일과 8일 이틀 동안 강제 청산된 주식 규모만 3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올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1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선 5일 반대매매 금액은 1662억원으로 올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이틀간 강제 청산 규모는 총 3053억원에 달했다.
반대매매 비중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5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9.1%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고, 8일에도 8.2%를 나타냈다. 반대매매 비중이 9%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한 달(5월11일~6월8일) 반대매매 규모는 1조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2166억원)의 5배, 4월(2642억원)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유지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투자자 의사와 관계없이 장 시작 전 동시호가에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주가 하락 압력을 키우고 추가 반대매매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청산 물량은 증시 상승기에 유입된 단기 레버리지 자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 반대매매 물량 상당수는 코스피가 8800선에 안착했던 2일 유입된 1조6246억원 규모의 미수거래 자금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일 청산된 물량 역시 코스피가 8788.38까지 올랐던 1일 유입된 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는 1조6885억원에 달했다.
시장 불안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반도체 업황 둔화(피크아웃) 논란, 중동 지정학적 긴장 등이 겹치면서 확대됐다.
코스피는 지난 5일과 8일 각각 5.54%, 8.29% 급락했고, 이 과정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등 시장안정장치가 잇따라 발동됐다.
다만 전날 코스피가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8000선을 회복했음에도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지난달 29일 38조22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8일 기준 37조7904억원에 달한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28조3265억원, 코스닥 9조4639억원이다.
특히 신용융자 증가분 상당수는 인공지능(AI) 관련 주도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4조4742억원, 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3조971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변동성도 극단적으로 확대된 상태다. 코스피는 이달 초 장중 8900선에 육박하며 90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불과 3거래일 만에 7400선까지 밀려났다. 이후 전날 8.18% 급등하며 8096.93으로 마감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코스피200 미래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도 91포인트를 넘어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 8일 8.3% 하락한 데 이어 9일에는 8.2% 상승하는 등 폭등락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며 "VKOSPI 역시 9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VKOSPI가 실제 주가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최근 지수 움직임이 무질서해졌다"며 "레버리지 ETF 수급이 반도체 등 주도주에 집중되고 반도체의 코스피 영향력이 높은 환경이 지속되는 한 이같은 가격 변동성과 빈번하게 마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