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조선업계의 하투(여름철 노동계 투쟁)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쟁점은 성과급 확대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조선업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조선업계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는 요구안을 테이블에 올렸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공정 성과 공유'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를 제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작년 영업이익(약 2조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노조가 요구한 성과 배분 규모는 최소 6000억원에 달한다. 노조의 요구안이 수용되면 조합원 약 9000명 기준 1인당 6000만원대 후반의 성과급이 돌아가게 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라고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000660)에 이어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영업이익 N% 성과급'에 합의, 영향 받은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9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정문에서 노조원들이 임금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돌입하고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업계의 맏형 격인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런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조선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화오션(042660)은 지난 4일 임금협약 상견례를 진행했고, 삼성중공업(010140)도 임단협을 앞둔 상태다.
하지만 업계는 산업 현실을 고려하면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국면에 진입하면서 3~4년 치 일감을 확보했으나, 수주 산업 특성상 현재 실적이 과거 수주 물량의 결과라는 점에서 단기 이익을 곧바로 배분하기는 부담스럽단 것.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업계에 확산할 수 있다"며 "다른 회사 노조도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과급이 영업이익의 10%인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이 70%대다"며 "조선업계는 1위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였다가 업황이 회복하면서 겨우 10%가 넘는데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산업계 전반 분위기에 이재명 대통령도 신중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자칫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꺼리게 하고 국가 산업 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논쟁 필요성은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가 영업이익을 나눠 갖자고 요구하는 걸 그동안 상상하진 못했으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많다. 이익이 개별 기업만의 것인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직 결론을 못 냈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사회에선 이런 논쟁이 많아질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우리나라만 먼저 이런 걸 도입한다면 기업이 다 탈출할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