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축구공 앞에 섰다. 발놀림과 패스, 슈팅을 익힌 뒤 고난도 라보나 킥(Rabona Kick, 다리를 꼬아 슛이나 크로스를 하는 축구 개인기)까지 구현하는 장면은 현대자동차(005380)가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무대를 통해 보여주려는 로보틱스 기술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현대차는 다가오는 'FIFA 월드컵 2026™' 공식 파트너로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축구 동작을 학습하는 과정을 담은 '스쿨 오브 풋볼(School of Football)'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캠페인은 현대차의 월드컵 캠페인 '미래는 지금 여기서부터(Next Starts Now)'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축구라는 전 세계 공통의 언어를 활용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기술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구성이다.

스쿨 오브 풋볼 캠페인 키비주얼.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총 5편의 영상을 순차 공개했다. 아틀라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론칭 필름을 시작으로 발놀림, 패스, 슈팅 등 축구 기본 동작을 익히는 훈련 영상이 이어졌다.
29일 공개된 최종 영상에는 아틀라스가 라보나 킥에 수비수를 속이는 페인트 동작을 더한 고스트 라보나 킥(Ghost Rabona Kick)을 구현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대차는 해당 영상에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의 실제 움직임이 담겼다.
◆축구로 풀어낸 로보틱스 브랜드 경험
이번 캠페인의 특징은 로봇 기술을 기술 전시 방식으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축구를 매개로 삼아 로봇의 움직임과 학습 과정을 대중적 콘텐츠로 구성했다.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이벤트의 접근성을 활용해 로보틱스 기술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장면으로 바꾼 것이다.
론칭 필름은 아틀라스가 축구에 담긴 감정과 에너지, 선수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축구에 관심을 갖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후 훈련 영상에서는 기초 동작부터 고난도 기술까지 단계별 학습 과정이 이어진다. 로봇이 공을 차는 장면보다 중요한 대목은 그 동작에 도달하기까지의 반복 훈련과 움직임의 정교화다.

캠페인 론칭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축구에 매료되는 장면. ⓒ 현대자동차
아틀라스가 구현한 라보나 킥은 균형 유지와 하체 제어가 동시에 요구되는 동작이다. 몸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 다리를 교차해 공을 차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런 비정형 자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동작 인식, 균형 제어, 실시간 피드백 기술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실제 축구 선수의 동작 데이터를 모델링하고, 강화학습을 통해 동작을 최적화했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거치며 로봇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캠페인 영상은 이 과정을 축구 훈련처럼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인간 동작 모사와 하드웨어 제어 기술이 결합돼 있다.
로보틱스 기술은 아직 많은 소비자에게 거리감 있는 분야다. 이는 현대차가 축구를 선택한 이유다. 전 세계인이 쉽게 이해하는 스포츠 장면 안에 피지컬 AI의 작동 원리를 담으면 기술의 난해함을 낮출 수 있다. 월드컵 파트너십이 브랜드 노출 수단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을 보여주는 통로로 활용된 셈이다.
영상에 대한 반응도 빠르게 쌓였다. 지난 28일까지 공개된 론칭 필름과 훈련 영상 3편은 공개 5일 만에 누적 조회수 3300만회를 넘어섰다. 27일에는 현대차 브랜드 앰배서더인 손흥민 선수가 아틀라스의 활약을 보고 반응하는 영상도 공개돼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훈련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패스 동작을 훈련하는 장면.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오는 6월4일 캠페인 제작 과정과 아틀라스 훈련을 담은 메이킹 필름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영상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 관계자 인터뷰가 포함된다. 캠페인 기획 의도와 휴머노이드 기술 고도화 과정, 로보틱스 사업 비전 등이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라보나 킥에 담긴 피지컬 AI 기술
아틀라스의 축구 동작은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발놀림과 패스, 슈팅처럼 비교적 익숙한 장면도 휴머노이드 로봇 입장에서는 복잡한 기술 과제를 포함한다. 다리와 몸통, 팔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고, 공과의 접촉 순간에는 힘의 방향과 균형 변화까지 계산해야 한다.
고스트 라보나 킥은 이런 난도를 더 높인다. 페인트 동작으로 몸의 움직임을 바꾼 뒤 다리를 교차해 킥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개인기로 보이는 동작이 로봇에게는 전신 제어와 AI 학습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된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이번 캠페인에서 내세운 기술은 AI 기반 강화학습, 인간 동작 모사, 하드웨어 제어 역량이다. 로봇이 주어진 동작을 반복 재생하는 수준을 벗어나, 실제 물리 환경에서 균형을 잡고 목표 동작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훈련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라보나 킥을 성공시키는 장면. ⓒ 현대자동차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기술 영역이다. 화면 안에서 답을 생성하는 AI와 달리, 로봇은 움직임의 결과를 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균형이 무너지거나 힘의 방향이 틀어지면 동작은 곧바로 실패한다. 아틀라스의 축구 동작이 브랜드 캠페인 소재이면서 동시에 기술 시연으로 기능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를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보고 있다. 아틀라스는 향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에서 훈련을 거친 뒤 산업 현장 투입을 준비할 예정이다.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맡게 될 역할은 반복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고, 주변 상황을 인식하며, 작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축구 동작 학습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균형 제어와 동작 판단, 하드웨어 내구성을 시험한다는 점에서 실제 산업용 로봇 개발과 맞닿아 있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현대차 월드컵 캠페인의 일환으로 축구를 통해 로보틱스의 미래를 흥미롭고 인간 중심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선보인 피지컬 AI 기술을 바탕으로 로보틱스가 미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번 캠페인은 스포츠 마케팅과 로보틱스 기술 시연이 결합된 사례다. 월드컵의 대중성과 아틀라스의 기술적 상징성을 함께 활용해,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범위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로보틱스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축구공을 찬 아틀라스는 캠페인의 주인공이지만, 그 장면 뒤에는 현대차그룹이 피지컬 AI 시장에서 확보하려는 기술 주도권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