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고차 거래에서 가장 큰 불안은 차량 상태를 온전히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사고 이력이나 수리 여부는 차량 가치와 직결되지만, 일반 소비자가 도색과 판금, 퍼티 흔적까지 직접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성능점검기록부가 있어도 최종 판단은 여전히 전문가 설명과 소비자 신뢰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헤이딜러가 공개한 AI 기반 열화상 차량 진단 시스템은 이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차량 전체를 열화상으로 스캔하고, AI가 온도 변화 패턴을 분석해 수리 흔적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헤이딜러는 지난 20일 '비전 기반 차량 검사 방법(Method for Vision-Based Vehicle Inspection, 특허번호 제10-2969014호)' 특허를 취득했다. 해당 기술은 열화상 스캔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차량 상태를 색지도 형태로 시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적용한 차량 진단 솔루션 '헤이딜러 eye'는 차량의 도색, 판금, 퍼티 흔적 등을 이미지로 제공한다. 헤이딜러는 지난 2023년부터 약 3년간 관련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해당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했다.
중고차시장에서 정보 신뢰도는 오래된 과제다. 같은 연식과 주행거리의 차량이라도 사고나 수리 이력에 따라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문제는 수리 흔적이 항상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차량 진단 기술 특허 기반 차량 수리 흔적을 이미지 형태로 보여주는 열화상 AI 진단 시스템 '헤이딜러 eye'. ⓒ 헤이딜러
기존 검사는 차량의 여러 지점을 부분적으로 측정하고, 검사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숙련도는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결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수리 이력이 있다는 설명을 듣는 것과 어느 부위에 어떤 흔적이 있는지 이미지로 확인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전혀 다른 경험이다.
헤이딜러 eye가 겨냥한 지점이다. 차량 상태를 텍스트나 구두 설명으로만 전달하지 않고, 컬러와 흑백 분석 이미지로 보여준다. 컬러 이미지는 도색 여부 등 차량 표면 코팅 상태를, 흑백 이미지는 판금과 퍼티 여부 등 내부 철판 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중고차 거래에서 신뢰는 결국 정보의 양보다 정보의 이해 가능성에서 갈린다. 아무리 많은 점검항목이 제공돼도 소비자가 해석하기 어렵다면 불안은 남는다. 헤이딜러는 수리 흔적을 이미지로 바꿔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줄이려는 것이다.
헤이딜러 eye의 기술 기반에는 산업 검사 분야에서 쓰이는 펄스 열화상(Pulsed Thermography) 방식이 적용됐다. 차량 외부에 짧고 강한 열 자극을 가한 뒤 표면 온도 변화 패턴을 열화상 카메라로 수집하고,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조다. 동일 차종이라도 수리 여부에 따라 열 변화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활용했다.
검사 과정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차량이 원형 회전판 위에 올라서면 로봇 팔 4대가 차량 전체를 스캔한다. 로봇 팔에는 할로겐 램프와 열화상 카메라, 거리 측정 센서가 장착돼 있고, 차량 형태에 맞춰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검사를 진행한다. 차량 1대를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미만이다.
스캔이 끝나면 픽셀 단위로 축적된 미세한 온도 변화 데이터를 헤이딜러가 자체 개발한 AI가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매물 정보와 연동돼 소비자가 플랫폼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헤이딜러는 이르면 6월까지 해당 데이터를 전체 차량 정보에 적용할 계획이다.

차량 수리 흔적을 이미지 형태로 보여주는 열화상 AI 진단 시스템 '헤이딜러 eye'가 제시한 히트맵. ⓒ 헤이딜러
이 시스템의 의미는 검사 속도보다 결과의 제시 방식에 있다. 차량 상태를 판단하는 주체가 전문가에서 AI로 바뀌었다는 점만 강조하면 기술 소개에 머물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소비자가 중고차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수리 흔적을 설명으로 듣는 단계에서, 이미지로 비교하고 확인하는 단계로 옮겨가는 셈이다.
하루 최대 160대 차량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도 플랫폼 운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진단 기술이 특정 차량에 한정된 부가서비스로 남지 않고, 매물 정보 전반에 붙을 수 있어야 중고차 플랫폼의 신뢰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진단 이미지가 중고차 거래의 모든 불신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 상태에는 주행 습관, 정비 이력, 소모품 관리, 사고 정도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다. 열화상 기반 진단은 도색과 판금, 퍼티 흔적을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기능한다. 결국 기존 성능점검기록부, 보험 이력, 정비 내역 등 다른 정보와 함께 제공될 때 소비자의 판단 근거가 넓어진다.
중고차 플랫폼 경쟁은 가격 비교와 매물 확보를 넘어 정보 신뢰도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가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을 얼마나 투명하게 보여주느냐가 플랫폼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헤이딜러의 열화상 AI 진단 시스템은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기술적 장치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앞으로도 AI와 다양한 신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 거래 환경 조성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거래에서 불신은 대개 보이지 않는 정보에서 시작된다. 헤이딜러가 수리 흔적을 이미지로 보여주려는 이유다. AI가 차량을 대신 판단해준다는 의미보다,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하나 더 늘린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의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