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 AI는 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데이터를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 혁명의 다음 종착지인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가상 공간에 머물던 AI가 물리적 실체를 갖춘 로봇에 탑재되면서 국방부터 제조·물류 서비스까지 전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피지컬 AI는 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데이터를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 군사 무기로 진화하는 피지컬 AI…"무인 전투체계 시대 개막"
전문가들은 피지컬 AI의 파괴력이 가장 먼저 입증되고 있는 곳은 전장(戰場)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약 5만 대 규모의 지상 로봇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상 최초로 적 진지 돌격과 점령을 무인으로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올해 1분기에만 전장에서 2만2000건의 로보틱스 미션을 수행했다.
중동 지역에서도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이란이 가성비를 앞세운 자폭 드론을 활용하자, 미국은 이를 역설계한 저비용 무인 공격 체계 '루카스(LUCAS)'를 제작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미국의 무인기는 단순한 비행을 넘어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유·무인 복합체계로 발전, AI 자체 판단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향후 전투기의 '윙맨(Wingman)'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내 유력 피지컬 AI 기업들은 국방부의 부름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장 등에 자사 로봇을 실증 배치하는 등 방산 분야와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 중국, '30분에 1대' 로봇 찍어낸다…대량생산과 데이터로 '미국 압박'
피지컬 AI 생태계 장악을 위한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은 무서운 생산 속도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선두권 업체인 애지봇(Agibot)의 경우, 30분당 휴머노이드 1대 꼴로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올해 1분기에만 신규 휴머노이드 5천 대를 생산해 누적 출하량 1만대를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4족 보행 로봇 가격을 지난 3년 동안 약 6분의 1 수준인 2백만 원 전후까지 떨어뜨리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 중이다.
이에 맞서 미국 기업들 역시 양산 라인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규어AI(Figure AI)는 1시간30분 당 휴머노이드 1대를 생산하는 속도를 달성하며 월 150~160대 수준의 생산 체계를 굳히고 있다.
생산량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듯, 피지컬 AI 역시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의 행동 데이터 축적이 지능 진화의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데이터 팩토리를 상해 지역에만 100곳, 전국적으로 최소 50곳 이상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노동력 부족의 '구원투수'…제조·물류 현장 투입 '가속화'
피지컬 AI 시대 개화에 자본가와 엔지니어들도 열광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고령화와 경제 인구 감소로 인해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류 및 제조 현장의 잔여 노동자 업무를 향후 3년 내에 로봇으로 완전히 자동화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제로 로봇들은 공장과 물류 센터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샤오미(Xiaomi)는 자사 전기차 조립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 132회의 조립 과정에서 9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한 영상을 공개했다.
상대적으로 업무 복잡도가 낮은 물류 환경은 최적의 데이터 수집처로 꼽히며, 국내에서도 K-휴머노이드들이 BGF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의 작업 환경에 투입돼 실전 데이터를 활발히 학습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데이터를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 K-로봇, 파트너십 구축과 밸류체인 진입으로 돌파구 모색
전 세계적인 피지컬 AI 열풍으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유건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제조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은 대만, 일본 등과 함께 핵심 제조국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고 짚었다.
이어 "단순한 기계를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시대에 하드웨어 양산 능력과 양질의 데이터 수집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업만이 다가오는 로보틱스 패권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산업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포스코DX다. 포스코DX는 자동화 인프라와 결합해 포스코 그룹의 지능형 공장 구축을 이끌고 있다. 철강 분야 고위험 공정 중심 자동화 조업 확대 및 크레인 무인화 사업의 단계적 확산이 예상되고 있다.
로봇 핵심 감속기 부품을 국산화해 공급망을 확보한 에스피지는 S사 베트남 공장 해외 로봇 감속기 교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며, L사향 감속기 MRO 사업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로보틱스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 업체인 로보티즈는 차세대 로봇 전용 액추에이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액트로는 북미 완성차향 전장 카메라 부품 히터 어셈블리를 올해 3분기에 양산할 계획이며, 자율주행 채택 확대와 2공장 증설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휴머노이드용 로봇 부품은 4분 양산이 예상되고 있으며, 고단가 제품으로 인해 본격 매출화 시 실적 체질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슈프리마는 지난해 3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과 전략적 MOU를 체결, 로봇 친화 빌딩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식별 보안 표준도 선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학습·시뮬레이션을 감당할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가 필수다. 코스텍시스는 그 전환 축인 800VDC 아키텍처의 방열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피지컬 AI의 두뇌가 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에 매진하는 마음AI와 국방 AI 비전 플랫폼을 제공하는 코난테크놀로지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