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1분기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어가며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약가 개편 시행을 예고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하반기부터 실적 둔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 개선 흐름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업계 매출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1분기 매출 1조2571억원, 영업이익 580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8%, 35%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률은 46%를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 풀가동과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바이오 생산시설인 록빌 공장 인수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성장 여력도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068270) 역시 바이오시밀러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 1조1449억원, 영업이익 321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36%, 115.4% 성장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대형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곳은 SK바이오팜(326030)이었다.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 확대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은 57.8% 증가한 2279억원, 영업이익은 249.7% 급증한 898억원을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 매출만 2239억원에 달하며 사실상 실적 대부분을 견인했다.
전통 제약사 가운데서는 동국제약(086450)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동국제약은 1분기 매출 2510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의약품 사업 안정 성장에 더해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매출 1조원 클럽'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종근당(185750)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공동판매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4477억원,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각각 12.2%, 36.9%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위고비 국내 시장 확대가 당분간 종근당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 성장 효과가 본격화됐다. 알리글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한 349억원을 기록했고, 이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도 46.3% 늘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처방 확대와 비용 효율화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30% 이상 증가했다.
동아제약 역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매출 1880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22.1% 증가했다.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은 박카스와 일반의약품(OTC) 부문이다. 특히 박카스 사업 부문 매출은 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 늘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실적 부진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제일약품(271980)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1%, 92.6% 감소했고, 대웅제약(069620)과 대원제약(003220) 역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부광약품(003000)은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삼진제약(005500)·동구바이오제약(006620) 등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을 계기로 제약업계 내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시밀러·신약·CDMO 등 글로벌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들은 고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제네릭 중심 전통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압박과 비용 부담 확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부분은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고, 자체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약가 인하 폭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신약 개발 유도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에스테틱·건기식·비급여 시장으로 사업 방향이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