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정부는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일정 기간 이상 고용을 유지할 경우 지원금을 제공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심리상담과 경력설계,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는 '청년성장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청년 고립과 노동시장 이탈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보고 총 8000억원 규모의 '청년뉴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최대 10만명에게 자기계발, 일경험, 취업기회, 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과거 청년정책이 단순 취업 알선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심리 회복과 조직 적응, 관계 형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고립 문제를 개인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지원 체계 안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력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정책 확대만으로 현재 청년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금 청년들이 경험하는 위기는 단순 취업 실패가 아니라 노동의 의미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반복된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국책은행에서도 이직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취업한 청년의 약 70%가 첫 직장을 퇴사했다는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평균 근속기간은 18.4개월에 불과하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가치관 변화도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10대 청소년이 생각하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재산'을 선택한 비율이 52.1%로 나타났다. 부모나 성취보다 재산이 더 중요하게 인식된 것이다. 이는 노동보다 자산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청소년 세대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문제는 현재 정책 상당수가 여전히 '취업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역시 기업의 채용 확대와 고용 유지 유도가 중심이다. 물론 단기적인 채용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자신의 일에 의미와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구조까지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청년성장프로젝트 역시 한계를 안고 있다. 상담과 멘토링은 필요하지만,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심리 회복 프로그램만 확대될 경우 문제의 원인을 개인 적응력 부족으로 해석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결국 청년이 지쳐 있는 이유는 단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이 삶의 성장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인력경영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조직 몰입과 직무만족의 핵심 요소로 ‘일의 의미’를 강조해 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조직 충성도와 생산성은 높아진다. 반대로 노동이 단순 생존 수단으로만 인식될수록 직무 몰입은 약해지고, 빠른 이직과 조용한 퇴사 문화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AI 시대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반복 업무는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으며, 기업은 단순 수행형 인재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가치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 노동 제공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고용정책 역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명을 취업시켰는가"를 넘어, "국민이 자신의 일을 통해 자부심과 사회적 의미를 느끼고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직업은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