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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성수동 실험…무대는 '스튜디오'

전 세계 다섯 번째 스튜디오 오픈…고객 경험·브랜드 접점 재설계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5.19 10:20:30
[프라임경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서울 성수동에 새로운 브랜드 경험 공간을 열었다. 이름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Mercedes-Benz Studio Seoul)'. 고객이 자유롭게 방문해 브랜드의 역사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전시 공간 이상이다.

자동차 브랜드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시대다. 전동화, 디지털 서비스, 커넥티비티, 인포테인먼트 경험은 이제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신흥 전기차 브랜드와 중국계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고급차 시장의 언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다시 꺼내 든 카드는 '제품' 이전의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19일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경험 공간인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을 오픈했다. 이 공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동차 탄생 140주년을 맞아 전 세계 18개 주요 도시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스튜디오가 문을 여는 도시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는 한국 시장의 위상과 맞닿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서울 선정 배경에 대해 각 도시의 문화적 영향력과 고유한 정체성, 브랜드와의 연결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스튜디오 서울은 단순한 국내 마케팅 공간이 아니라, 글로벌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에 가깝다.

◆전시보다 경험, 판매보다 체류

이번 공간에서 먼저 주목할 대목은 '전시장'이 아니라 '스튜디오'라는 이름이다. 전시장이 차량을 보여주고 판매 접점을 만드는 공간이라면, 스튜디오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해석하고 경험하게 하는 장소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이 신차 전시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전경.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140년에 걸친 헤리티지와 철학, 혁신, 미래 비전까지 하나의 공간 안에 담아낸 '몰입형 브랜드 여정' 콘셉트로 구성됐다. 방문객이 차를 보기 위해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공간 안에서 따라가도록 설계된 셈이다.

외관 역시 브랜드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Baden- Württemberg) 만하임에 위치한 칼 벤츠(Carl Benz)의 공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으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실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웰컴 홈(Welcome Home) 콘셉트를 바탕으로 조성됐다.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이 편안하게 머물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접촉하도록 만든 구조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라운지.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는 최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고객 접점을 재설계하는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갈수록 고급차 시장에서 제품의 성능과 사양만으로 차별성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브랜드가 고객에게 얼마나 긴 시간 머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이 변화에 대한 메르세데스-벤츠식의 응답이다.

◆성수동에서 찾은 새 고객 접점

두 번째 분석 포인트는 장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스튜디오 서울을 성수동에 열었다는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성수동은 최근 패션, 뷰티, F&B,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실험하고 확장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유동인구만 많은 상권이라기보다, 브랜드가 감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무대에 가깝다.

메르세데스-벤츠 입장에서도 성수동은 기존 수입차 고객만을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상징성을 확보한 브랜드다. 그러나 앞으로의 고객층에게도 그 상징성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자동차를 성공의 상징만이 아니라 취향, 경험,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세대에게는 브랜드를 새롭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전시 공간 'The Origin'.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 지점에서 스튜디오 서울은 기존 전시장과 다른 역할을 맡는다. 차량 구매를 전제로 방문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에 관심 있는 일반 고객 누구나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오픈을 기념해 5월19~21일 3일간 매일 선착순 400명에게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곳에서 신차 출시 행사뿐 아니라 고객 대상 마케팅 이벤트와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결국 성수동 스튜디오는 판매 현장의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 접점의 확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미 소유한 고객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고, 아직 구매 고객이 아닌 이들에게는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을 보다 가볍고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다. 고급차 브랜드가 더 이상 전시장 안에서만 고객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복제할 수 없는 140년의 시간

세 번째 포인트는 헤리티지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총 4개의 테마 공간으로 구성됐다. 모빌리티의 탄생을 조명하는 'The Origin', 대표적인 메르세데스-벤츠 모델과 시대별 아이콘을 다루는 'The Icon', 140년 혁신의 역사를 담은 디지털 아카이브 공간 'The Best or Nothing', 빛과 소리, 향이 결합된 감각 체험 공간 'The Senses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전시 공간 'The Icon'.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 구성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지금 무엇을 강조하려 하는지 보여준다. 최신 기술이나 신차만을 앞세우기 보다 자동차의 시작과 브랜드의 철학, 시대별 상징, 감각적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 

미래차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강하게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과거다. 전기차 성능, 대형 디스플레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디지털 서비스는 이제 여러 브랜드가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140년이라는 시간, 칼 벤츠라는 출발점, 'The Best or Nothing'으로 대표되는 브랜드 철학은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스튜디오 서울은 일종의 '브랜드 방어선'이다. 여기서 방어선은 수세적 의미만은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정당성을 다시 설명하고, 신흥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시간의 축을 고객에게 체험시키는 전략적 장치라는 뜻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전시 공간 'The Best or Nothing'.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가 이 공간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새로운 차가 있다'가 아니라 '우리가 왜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인가'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는 "140년 전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혁신의 시작을 연 메르세데스-벤츠는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통해 혁신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고객과의 접점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전시 공간 'The Senses'.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또 이상국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디지털,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문 총괄 부사장도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고객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브랜드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 공간이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온·오프라인 전반에서 고객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제품에서 경험으로, 성능에서 브랜드 체류 시간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시장에 던진 메시지다.

차를 파는 것만으로는 프리미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진 시대. 메르세데스-벤츠는 성수동 한복판에 자신들의 역사와 철학, 감각을 압축한 공간을 세웠다. 그곳은 전시장이기보다 브랜드를 다시 각인시키는 공간이고, 동시에 벤츠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구축한 또 하나의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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