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매년 수천 명의 근로자가 암 진단을 받는다. 그런데 그 암이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수십 년간 숨쉬며 일했던 현장의 먼지와 화학물질, 용접 흄이 쌓인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 벤젠, 용접흄 등 수십 가지 직업적 노출 물질을 '사람에게 발암성이 충분히 인정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일터에서의 노출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임에도,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암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보상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직업성 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역학조사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러 사례들이 쌓이고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올해부터 직업성 암의 추정적용 제도가 확대되어 이러한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일정 직종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복잡한 심의 없이 담당 지사에서 바로 승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지하탄광에서 채탄부로 15년간 일하다 퇴직한 뒤 원발성 폐암을 진단받은 근로자라면, 경력증명서 등 객관적인 자료로 갱내 10년 이상 근무 사실만 확인되면 역학조사 없이 바로 승인이 가능하다.
또한 여러 조선소를 옮겨 다니며 수동용접을 전담했던 근로자도 각 사업장의 근무기간을 합산해 누적 10년 이상이 확인되면 추정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단순히 해당 직종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용보험 이력, 경력증명서, 국민연금 가입 내역 등 공식 자료로 근무기간과 직종이 정확히 입증되어야 하며, 동료의 증언이나 자녀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부모 직업 등은 객관적 증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직종과 업무 내용이 조건에 정확히 부합해야 한다. 용접공이라 해도 자동용접 조작만 했거나 배관공·제관공인 경우는 제외되고, 도장공이라 해도 붓도장만 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수십 년간 몸을 바쳐 일한 현장에서 얻은 직업성 암이라면, 마련된 제도를 반드시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추정적용 제도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떤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지, 내 직종과 업무 내용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러 사업장의 경력을 어떻게 합산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일반 근로자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수십 년 전의 작업 내용을 지금의 기준에 맞게 정리하고 주장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오래전 폐업한 사업장에서 근무했거나, 직종명이 기준과 다소 다르게 기록되어 있거나, 여러 업무를 병행한 경우라면 잘못된 판단 하나로 추정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오히려 더 길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평생의 노동으로 얻은 질병인 만큼, 자신의 작업 내용을 제대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서울분사무소 노무사
現 서울외국인 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 위원
現 공사상 소방공무원 권리구제 법률자문단 위원
現 인천광역시산업재해인협회 자문공인노무사
現 전국산재노동조합 자문공인노무사
前 한국공인노무사회 소통통합 위원회 위원
前 강북노동자복지관 법률상담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