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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 확정땐 암보험금 안줘도 되나

삼성생명"1억7천만이면 충분" vs 환자 "간접치료도 암치료"

조윤미 기자 | bongbong@newsprime.co.kr | 2008.12.31 08:58:53

[프라임경제] 국내 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이 벙어리 냉가슴인 처지에 빠졌다. 지난 12월 초,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형사 고발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랬다. 고발을 당한 보험 가입자 가족이 지난 4년간 정상적으로 지급되던 암보험금을 갑자기 그만 받겠다고 합의서를 쓴 이후, 태도를 바꿔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삼성생명이 '괘씸죄'로 형사고발한 것이다. 결국 삼성생명과 보험가입자 간의 보험피해 대립공방은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보험사와 피해자가 각각 불신과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어 이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 병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전언이다. 이어 “보험사는 사회사업을 하는 집단이 아닌 이익을 내기위한 단체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는 가입자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파는 이익집단이며 이들은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는 약관과 계약상의 이행의무만 지키면 되는 곳이다. 보험 가입자 역시 가입당시 이런 내용의 약관에 동의하지만 사회 약자인 질병 및 사고의 환자가 되고나면 보험사를 그저 이익집단이 아닌 자신의 불행을 돕는 사회 집단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최근 2004년 갑상선수질암 판정을 받은 조희선(가명·50)씨는 지난 5년 동안 암 투병 중에 있는 말기암 환자다. 그간 삼성생명으로부터 지급되던 보험금이 조 모씨에게 갑작스럽게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중단 통보를 받았다.

지난 5년간의 투병생활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이들에게 지난 2월 보험금 지급이 잠정 중단되자 당장 생활비와 병원비가 막막했던 남편 오 모씨는 지난 5월 삼성생명 본사를 찾아가 항의한 결과 당일까지의 지급이 밀린 보험료 네 달 치를 받는 대가로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은 이미 할 도리는 다했다는 입장이다. 1996년 보험 가입한 조 모씨는 8년간 500여만 원도 되지 않는 보험료를 내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1억7,11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아갔으니 그들은 억울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합의서, 그 내막의 진실은?

조 모씨의 남편인 오 모씨는 삼성생명과 지난 1년간 이 문제를 두고 분쟁 중에 있다. 현재 남대문경찰서에는 삼성생명이 말기암 환자인 조 모씨, 그의 남편인 오 모씨와 그의 아들까지 총 세 명을 ‘접근금지·업무방해’를 이유로 형사 고소를 한 상태다.

조 모씨가 희귀병인 갑상선수질암 판정을 받은 이후, 각종 치료를 받기 위해 모 대학 병원에서 수술 후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이었으나, 암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자 삼성생명에서 보험금 지급을 중단했다.

   
         < 사진 =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암환자 모습 >

삼성생명 측은 조 모씨의 경우 암을 없애기 위한 수술비 및 직접치료에 대한 입원금 등 보험금은 이미 모두 지불했으며 현재는 간접치료 중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암 입원비를 삼성생명은 지불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전문기관의 소견도 이미 받아놓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작성했다는 합의서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지금까지 밀린 보험금 1100만원을 지급하며 이후에는 사진상으로 암세포가 5ml이상으로 나타나면 이후에 다시 보험금을 논의한다는 것이 골자로 돈이 당장 급했던 오 모씨가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다음달 무효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것이다.

조 모씨가 걸린 갑상선수질암은 1~2ml이하의 암세포가 온 몸에 모래알처럼 퍼져있는 특징을 가진 희귀암이다. 때문에 사진 상으로 5ml이상의 암세포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남편 오 모씨의 주장이다.

오 모씨는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60세 만기까지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그만 받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작성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환자의 상황을 혈액의 칼시토닌 수치로 진단하던 것을 갑자기 암 크기로 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보험사의 횡포”라고 삼성생명의 태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우리는 정당한 방법으로 선량한 보험 가입자를 위해 보험금을 마련하고 지급하는 것”이라며 “이미 상당의 보험금을 받았고 본사를 찾아와서 합의서를 직접 작성한 이후에 변심을 해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보험금 지급을 악용하는 사람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불치병은 보험금 대상 아니다?

올해 2월, 삼성생명에서 암학회에 조 모씨의 암 질병 상태를 두고 의사 자문을 구하기 위해 환자의 인감을 3통 떼어갔다. 여기서부터 삼성생명과 보험 가입자의 공방은 시작됐다.
 

   
< 사진 =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암환자 >
삼성생명은 보험을 가지고 악용하려는 피해를 방지하고자 적절한 심사과정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보험가입자는 보험금을 많이 지급했으니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삼성생명 직원은 인감 3통을 떼어주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암학회는 “갑상선수질암은 특별히 예후가 안 좋다”라는 진단을 내렸으나 “헬릭스(면역증진제)는 통원치료가 가능하므로 투여를 위해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덧붙였고 이 문구는 삼성생명에서 암 입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음의 근거 자료가 됐다.

이에 대해 조 모씨 남편 오 모 씨는 “희귀 말기암 환자가 직접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암을 치료하기 위해 헬릭스를 투여하는 동시에 통증을 없애기 위한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으려면 입원이 필수”라며 “암학회는 대기업인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주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겠냐”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홍보실 관계자는 “암학회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에서도 암에 대한 직접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암 입원비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내린 판결”이라고 강조하며 “조 모씨 가족의 경우 1억7000여만원의 치료비를 받고도 모자라서 시위까지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어 형사고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보험사는 계약만 이행하면 그 뿐

암 보험 상품의 약관을 살펴보면 ‘암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직접치료)에 해당하는 암 입원비…’라는 항목으로 암 입원비를 책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게 보험관계자의 주장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만을 직접치료로 기준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암을 치료하기 위한 헬릭스(면역증진제) 투여 및 대체 의학과 같이 통증을 없애거나 암 세포를 없애기 위한 치료를 간접치료라고 설명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암 보험을 가입한 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 중에 해당 설계사를 통해 직접치료와 간접치료의 설명을 들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으냐”며 “가입당시에는 암에 관한 치료비와 입원비를 100% 보장할 것처럼 주장하다가 막상 가입자가 암에 걸리면 나 몰라라 하는 현실에서 보험가입자는 곧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보험업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금융당국의 문제를 꼬집었다.

지난 5월, 보험금 지급을 중단한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가입자가 민원을 제기한 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주며 보험사는 사회사업이 행하는 공공성 의무가 없음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환자의 모든 것을 커버할 수는 없다”며 “가입자가 초기에 가입했던 부분만을 보험사가 계약 이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보험사가 이익을 위해 가입자의 피해상황을 외면할 때 더욱 큰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특히 보험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 수십 년간 보험 상품과 약관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험 가입자들은 상해 및 질병 피해를 입어 보험금을 받을 때야 비로소 자세히 알게 되니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다.

암보험 가입자는 매체 광고 혹은 설계사를 통해 암에 걸렸을 경우 만기일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이라 믿고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을 치료할 수 없는 불치의 상황에선 보험금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보험 가입자가 스스로 챙기거나 보험업법이 이를 보장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비한 상황이다.

때문에 대기업과 말기암 환자가족간의 형사고발과 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접치료가 아닌 암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기관의 소견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삼성생명 측과 암 보험금을 지난 5년과 같이 만기까지 보장을 요구하는 환자 가족들의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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