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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그랜저'를 플래그십으로…현대차의 고급 세단 전략

플레오스 커넥트·차세대 하이브리드 적용…SDV와 전동화로 상품성 확장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5.14 09:11:23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더 뉴 그랜저'를 출시하며 고급 세단 시장에서 그랜저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 더 뉴 그랜저는 상품성 개선 모델인 동시에 현대차가 세단 라인업 안에서 그랜저를 어떤 위치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를 '대한민국 대표 플래그십 세단'으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국내 고급 세단 시장에서 쌓아온 그랜저의 상징성을 현재의 기술 흐름에 맞춰 다시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과거 그랜저가 성공과 고급 세단의 상징으로 기능했다면, 더 뉴 그랜저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차세대 하이브리드, 고급 편의사양을 앞세워 새로운 상품 기준을 제시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더 뉴 그랜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현대차 승용 세단 라인업에서 오랜 기간 상위 모델의 역할을 맡아왔다. 7세대에 걸친 변화 과정에서 디자인과 사양, 공간, 정숙성 등 고급 세단의 주요 기준을 넓혀왔고, 국내 소비자에게는 현대차 세단의 대표 모델로 인식돼왔다. 

이번 더 뉴 그랜저는 그 연장선에서 외형적 고급화보다 차량 안에서 경험하는 기술과 편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SDV 전환 출발점 '플레오스 커넥트'

더 뉴 그랜저의 가장 큰 변화는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SDV 전환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그랜저를 첫 적용 모델로 선택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실내 중심에는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화면 크기만을 키운 변화가 아니라 차량 안에서 운전자와 탑승객이 정보를 확인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차량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을 새롭게 구성했다. 

플레오스 커넥트에는 대형 언어 모델 기반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도 포함됐다. 기존 차량 음성인식이 정해진 명령어 기반의 제어 기능에 가까웠다면, 글레오 AI는 연속 대화를 이해하고 지식 검색, 여행 일정 추천, 감성 대화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바뀌는 흐름을 반영한 변화다.

더 뉴 그랜저. ⓒ 현대자동차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개방형 운영체제(AAOS)를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플레오스 앱마켓을 통해 차량 환경에 맞춘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음악 스트리밍, 게임 등 차량 전용 콘텐츠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구조다.

이 대목은 더 뉴 그랜저가 지향하는 고급감의 성격을 보여준다. 기존 고급 세단의 경쟁력이 △정숙성 △승차감 △내장재 △좌석 구성 등에 집중됐다면, 더 뉴 그랜저는 여기에 소프트웨어 확장성을 더했다. 

현대차가 그랜저를 통해 말하는 플래그십의 의미도 이 지점에서 달라진다. 차급의 상징성만이 아니라 현대차의 최신 기술을 먼저 담아내는 대표 세단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디자인은 정제·사용 경험은 확대

디자인 변화는 기존 7세대 그랜저의 비례감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을 다듬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전면부는 프론트 오버항을 15㎜ 늘리고, 샤크 노즈(Shark Nose) 형상을 강조했다. 여기에 얇고 길어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한 헤드램프를 조합해 보다 안정적인 인상을 만들었다.

측면부에는 방향지시등이 적용된 펜더 가니쉬를 통해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라이팅 이미지를 구현했다.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한 점도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변화다.

더 뉴 그랜저 실내. ⓒ 현대자동차


실내는 프리미엄 라운지 감성을 강조했다. 가구를 연상시키는 안락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슬림 디스플레이를 함께 배치했다. 슬림 디스플레이는 주요 운행 정보를 운전자 전방 시선이 자연스럽게 닿는 위치에 보여준다. 대형 화면을 통한 하이테크 감성과 운전 중 시선 분산을 줄이려는 기능적 접근이 함께 반영된 구성이다.

편의·안전 사양도 대거 보강됐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에 전동식 에어벤트를 처음 적용하고, 플레오스 커넥트와 연동해 승객 집중 모드, 승객 회피 모드, 자동 순환 모드, 자유 조작 모드 등을 지원한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기계식 블라인드 대신 고분자 분산형 액정 필름을 활용해 루프의 투명도를 6개 영역으로 나눠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 측면에서는 내연기관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가 적용됐다. 정차 또는 저속주행 중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급격히 밟는 상황을 감지하면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을 수행하는 기능이다. 여기에 기억 후진 보조(MRA), 1열 모니터링 시스템, 멀티펑션 스위치, 레버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 등을 더해 조작 편의와 안전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차세대 하이브리드로 효율·성능 동시 강화

파워트레인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변화가 핵심이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세단 최초로 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시스템 최고출력과 복합연비를 동시에 향상시켰다. 구체적인 수치는 산업부 인증 완료 후 공개될 예정이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변속기에 구동과 회생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 시동과 발전은 물론 구동력 보조 기능까지 수행하는 시동 모터(P1)를 병렬로 결합한 구조다.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동력 효율을 높이고, 주행 상황별 전기모터 개입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차 최초로 더 뉴 그랜저에 탑재된 '스마트 비전 루프'. ⓒ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힘을 싣는 배경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조정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가 효율과 주행거리, 충전 부담 사이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랜저와 같은 대형 세단급 모델에서는 정숙성, 연비, 주행 질감이 모두 중요한 만큼, 하이브리드 상품성 강화의 의미가 크다.

2열 상품성 강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동급 하이브리드 세단 최초로 2열 리클라이닝 시트와 2열 통풍 시트를 적용했다. 휴식 상황에서 엔진 구동 없이 공조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스테이 모드도 더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비 좋은 파워트레인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차량 이용 방식 자체를 넓히는 방향이다.

주행 완성도도 정숙성과 안정감에 초점을 맞춰 개선됐다. 현대차는 카울 크로스바 두께 증대와 차체 보강,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 적용 등을 통해 노면 충격을 줄이고 차체 거동을 안정화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의 적용 범위도 기존 20인치 휠 사양에서 19인치 휠 사양까지 넓혔다.

여기에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HBC)와 차체 상·하부 공력 최적화 설계를 적용해 고속주행 안정성, 풍절음 저감, 연비 효율 개선을 함께 노렸다. 더 뉴 그랜저가 지향하는 고급 세단의 성격을 승차감과 정숙성 영역에서도 보강한 셈이다.

더 뉴 그랜저는 △가솔린 2.5 △가솔린 3.5 △LPG 3.5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총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판매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은 △가솔린 2.5 4185만원 △가솔린 3.5 4429만원 △하이브리드 4864만원(세제혜택 적용 전) △LPG 4331만원부터 시작한다. 

더 뉴 그랜저는 하드웨어 중심의 완성도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확장되는 플래그십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 현대자동차


이처럼 더 뉴 그랜저는 디자인 변화, SDV 기반 인포테인먼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2열 편의사양, 주행 안정성 개선을 한꺼번에 담아낸 모델이다. 개별 사양만 놓고 보면 상품성 강화에 가깝지만, 이를 그랜저에 우선 적용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고급 세단 전략이 드러난다.

현대차는 그랜저를 통해 전통적인 고급 세단의 가치였던 정숙성, 안락함, 공간감에 소프트웨어와 전동화 기술을 더하고 있다. 크기와 승차감으로 설명되던 세단의 문법에 AI, 콘텐츠, 효율, 2열 경험을 결합해 그랜저의 역할을 다시 확장하려는 흐름이다.

결국 더 뉴 그랜저를 플래그십으로 내세우는 현대차의 전략은 차급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랜저가 쌓아온 대중적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최신 기술 경험과 연결해, 세단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한 상품 기준을 다시 제시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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