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국내 50대 그룹의 시장 가치가 보유 자산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서 주목된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특수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전체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이지만, 조선·중공업·전력 인프라 등 중후장대 산업 기반 그룹의 재도약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50대 대기업집단의 시가총액은 5403조296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881조1575억원 대비 약 187.2% 증가한 수준이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전경. ⓒ 두산에너빌리티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1일 기업 집단 순위를 발표한다. 이를 기준으로 이들의 공정자산은 지난 2021년 2161조4164억원에서 3264조784억원으로 51% 뛰었다.
공정자산은 공정위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순위를 매길 때 사용하는 기준 자산이다.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합산한 것이다.
공정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지난 2021년 0.87배에서 올해 1.66배로 수직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역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시총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후장대 산업 역시 대표적인 시총 재편 그룹으로 꼽힌다.
우선 두산(000150)그룹이 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만 해도 22개 계열사 공정자산 29조6593억원, 시총 16조5252억원으로 공정자산 대비 시총 비율이 0.56배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두산 23개 계열사의 공정자산은 30조9090억원, 시총 135조5961억원을 기록했다. 비율이 4.39배로 뛴 것.
△소형모듈원전(SMR) △AI 인프라 △로봇 등 미래 사업 기대감이 시총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SK(034730)그룹도 SK하이닉스 영향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2021년 공정자산 239조5296억원, 시총 201조4098억원으로 비율이 0.84배였다. 올해는 자산총액 421조9790억원, 시총 1404조2740억원으로 3.33배까지 확대됐다.
효성(004800)그룹과 HD현대(267250)그룹도 비율이 각각 2.3배, 2.23배로 상승하며 상위에 오른 그룹으로 꼽혔다. 효성그룹은 전력 인프라 관련 기대감이, HD현대그룹은 조선업 호황과 상장 계열사 가치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HD현대그룹은 방산과 엔진 사업 성장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반면 과거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던 플랫폼·IT 계열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산업 재편과 맞물려 반도체 외에도 조선·중공업·전력 인프라 등 중후장대 산업이 시장 중심 업종으로 부활하는 흐름이다.
공정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한화(000880)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롯데그룹을 제치고 자산 기준 재계 5위에 오른 것. 조선·방산 호황에 따른 한화오션(042660)·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기업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그룹 역시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전영대 스터닝밸류리서치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방산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국가의 생존권"이라며 "한국 방산은 최첨단 무기 체계를 합리적인 가격과 압도적인 납기 속도로 빠르게 공급하며, 전 세계 자주국방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거시 경제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더라도, 타 제조업 대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다"라며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한 추가 수주 모멘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두고 시장 자금이 향하는 산업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시장이 기업의 자산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단 얘기다.
한편 코스피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다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129.50포인트 내린 7513.65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