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사가 총파업 이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차 총파업은 잠정 유보됐지만, 사측의 형사 고소와 노조의 반발이 맞물리며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임금 인상률과 단체협약을 둘러싼 이견에 더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까지 겹치면서 향후 협상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협상 평행선…공정 안정성 놓고 법적 공방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8일 인천 송도 사업장에서 노사정 3자 대화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양측은 노동부 중재 아래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으며, 이후 협상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정부 중재 아래 대화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 측은 "구체적인 안건 합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노동부가 중재에 나선 상황과 삼성전자 역시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한 점 등을 고려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역시 "이번 면담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향후에도 노사 간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노사는 임금과 성과급, 경영 참여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직원 1인당 3000만원 규모의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과 인사고과, 인수합병(M&A), 신기계·신기술 도입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사전 동의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인사권과 경영권은 경영진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6.2%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경영협의회 구성과 기술 도입 의결권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기업 경영의 본질적 권한 침해 소지가 있다"며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총파업을 진행한 이후 현재는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으로 전환한 상태다. 다만 향후 협상 경과에 따라 2차 총파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총파업 이후 준법투쟁 전환…노동부 중재 속 협상 장기화 우려
갈등은 최근 형사 고소전으로까지 확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 집행부와 현장 관리자급 조합원 등 총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인천연수경찰서에 고소했다. 회사 측은 법원이 쟁의행위를 제한한 일부 공정에서도 노조가 파업 참여를 독려했고, 실제 담당 인력 일부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4월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 일부 공정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세포 배양과 정제, 충전 공정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어 일부 공정 중단만으로도 제품 품질과 생산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노조는 이에 대해 "노조법상 보안작업은 쟁의 과정에서도 필수 작업이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일 뿐, 평상시 수준의 완전한 작업 효율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측이 특정 조합원만 선별적으로 고소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바이오 생산 현장에서의 노동권과 공정 안정성 사이 충돌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생산 공정은 일반 제조업보다 연속성과 품질 유지 중요성이 훨씬 큰 산업"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 안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노조 역시 파업권 보장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 모두 장기 충돌이 글로벌 고객 신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는 만큼 향후 노동부 중재 과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