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업공통능력' 개편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23년간 유지된 '직업기초능력'이라는 개념을 넘어, 인재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재정의한 사건이다.
특히 이번 개편은 기존 '기초'라는 표현에서 벗어나 모든 직무에서 요구되는 핵심 수행 역량을 강조함으로써, 인재의 기준이 지식 중심에서 실행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갖춘 '준비된 인재'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변화 속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적응형 인재'가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기업이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스펙 중심 선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동일한 학점과 자격증만으로는 실제 업무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의 확산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자동화되는 반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향을 설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단순한 지식 보유자가 아니라, AI를 활용하고 협업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행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직업공통능력 체계에 인공지능(AI) 활용능력과 디지털책임의식이 포함된 것도 이러한 산업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대학 교육의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 더 이상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 머물 수 없다.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설계하는 교육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해결안을 도출하고 실행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과 개편을 넘어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 비교과 활동 전반의 재설계를 의미한다.
예컨대 강의 중심 수업에서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시험 평가에서 포트폴리오 중심 평가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실제로 개편된 직업공통능력 체계 역시 지식·기술·태도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프로젝트 수행과 현장 적용 결과를 통해 역량을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더 나아가 이 변화는 조직 내부의 인사평가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인사평가는 매출, 생산성, 목표 달성률과 같은 정량적 성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행 중심 역량이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단순한 결과만으로 개인의 기여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문제의 난이도, 협업 과정, 의사결정의 질, 그리고 학습과 개선의 과정이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즉, 평가의 기준이 '무엇을 달성했는가'에서 '어떻게 해결했는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평가 방식도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과정 기반 평가, 역량 기반 평가, 성장 기반 평가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기여도, 협업 방식, 문제 해결 접근법, 실패 이후의 개선 과정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조직이 구성원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며, 결국 기업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며 조직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인재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직업공통능력 개편은 하나의 정책을 넘어, 기업 인재상 변화가 교육과 조직 운영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가 바뀌면 대학의 교육 방식이 바뀌고, 조직의 평가 기준 또한 재설계될 수밖에 없다. 이는 채용-교육-평가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인재 생태계 전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사람은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조직과 함께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직업기초능력에서 직업공통능력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인재를 평가하던 시대에서 수행을 중심으로 인재를 설계하는 시대로의 전환 선언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