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올해 임금협상은 예년처럼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둘러싼 줄다리기로만 보기 어렵다. 노조 요구안 전면에는 '성과급 30%'라는 강한 숫자가 놓였지만, 그 이면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 이후 생산현장의 임금·고용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쟁점이 자리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2025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10조3648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를 단순 계산한 성과급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지급 대상을 현대차 직원뿐 아니라 사내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해 달라는 요구도 더해졌다.
기아 노조도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의 2025년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요구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성과급 규모는 2조7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표면적으로는 '많이 벌었으니 많이 나눠야 한다'는 성과 배분 논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고, 그 과정에서 생산현장 노동자들의 기여가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갖는다.
다만 올해 협상의 쟁점은 성과급 규모에만 머물지 않는다. AI·로봇 도입, 자동화 설비 확대, 공장 재편 과정에서 노조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가 핵심 의제로 함께 부상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 노조는 전년도 수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공통 요구안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확보를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로봇 도입 이후 근무시간 감소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완전월급제 요구를 제기했고, 기아 노조는 자동화·신기술·신기계 도입 시 노조 협의 의무화와 총고용 보장 요구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올해 임금협상의 성격이 달라진다. 성과급 30% 요구가 과거 실적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라면, 로봇 도입 조건은 미래 공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전동화, 하이브리드 확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글로벌 생산 효율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생산현장의 자동화와 유연화는 비용 절감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품질 균일화, 다품종 생산 대응, 물류 효율 개선, 안전성 확보와도 연결된다. 로봇과 AI 설비 도입이 생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노사 협의 범위는 향후 국내 공장의 운영 속도와 직결될 수 있다.
노조가 자동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로봇 도입은 현장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동시에 잔업·특근 축소, 공정 재배치, 인력 운영 방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완성차 생산현장의 임금 구조가 기본급뿐 아니라 각종 수당과 근무 형태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화는 노동자에게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실질임금의 변동 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노조의 요구는 이런 고용 불안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방어선이다. 그러나 방어선이 지나치게 두꺼워질 경우 회사의 미래 투자와 생산 전환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로봇과 AI 설비를 도입할 때마다 협의 절차가 길어지고, 자동화 이후에도 기존 임금·고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 국내 공장의 고정비 부담은 더 커진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마주한 가격 경쟁과 투자 부담을 감안할 때 가볍지 않은 변수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 연합뉴스
현대차·기아가 처한 시장 환경도 예전과 다르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수요 속도 조절,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격차,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관세와 공급망 변수, 유럽 환경규제, 글로벌 인센티브 경쟁까지 겹치면서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관리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급 요구가 과거 실적만을 기준으로 확대될 경우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배분 논쟁은 더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점도 협상 부담을 키운다. 기아의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3% 줄었다. 실적이 꺾인 상황에서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요구가 제기됐다는 점에서 기아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임협은 성과 배분과 전환 비용이 함께 얽힌 협상이다. 노조는 고수익 국면에서 노동의 몫을 확대하고 자동화 전환 과정에서 조합원의 임금·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려 한다. 반대로 회사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비용 구조와 생산 전환 속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서 로봇 도입을 단순한 인력 대체 이슈로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자동차 공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화 설비와 사람의 작업이 결합된 공간이다.
앞으로의 변화는 산업용 로봇 몇 대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AI 기반 품질관리, 물류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생산방식의 재편에 가깝다. 생산성 향상분의 배분,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체계 조정, 공정 재배치 과정의 고용 안정 장치가 노사 교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노사관계가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현대차·기아의 임협 결과는 완성차 부품업계, 대기업 제조업 노조, 하청·협력업체 노사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가 사내 협력업체 직원까지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성과 배분의 범위를 원청 내부에만 가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명분은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협상 범위와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넓어지는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단순히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만 처리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여력과 재무 안정성을 고려할 때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동시에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조의 문제 제기는 앞으로 제조업 사업장이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될 쟁점이기도 하다.
올해 현대차·기아 임금협상은 성과급 협상이면서 동시에 산업 전환 협상이다. 노조의 성과 배분 요구는 고수익 국면에서 나온 강한 압박으로 볼 수 있지만, AI·로봇 도입 조건이 협상 전면에 놓이는 순간 논의의 무게는 달라진다.
생산성 향상, 고용 안정,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다루지 못하면 국내 완성차 공장은 고임금·고비용 구조와 기술 전환 지연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표면의 숫자는 30%지만, 올해 임협의 실제 쟁점은 그 뒤에 놓인 미래 공장의 운영 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