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령을 대표하는 축제는 오랫동안 머드였다. 여름 대천해수욕장을 가득 채우는 머드축제는 보령이라는 도시를 국내외에 알린 대표 콘텐츠였다. 그런데 보령은 이제 봄의 얼굴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번에는 자동차다.
'보령·AMC(Ajou Motor College) 국제 모터 페스티벌'은 자동차 전시와 모터스포츠, 튜닝 문화, 가족 체험을 한곳에 묶은 행사다. 다만 이 축제를 차가 많이 모이는 이벤트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행사 안쪽에는 보령시의 관광 전략, 아주자동차대학교의 인재 양성, 자동차 브랜드의 고객 접점 확대,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의 대중화가 함께 맞물려 있다.
출발은 대학 안이었다. 아주자동차대 학생들이 만든 교내 행사가 지금은 보령시와 충청남도, 대학, 자동차 브랜드가 함께하는 지역 대표 봄 축제로 커지고 있다. 학생 축제였던 AMF(Ajou Motor Festival)가 지역경제와 산업, 교육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세 사람이 있다. 행사를 도시 전략으로 키우려는 김동일 보령시장, 대학 교육의 현장으로 해석하는 한명석 아주자동차대 총장 그리고 학생 시절 직접 행사를 만든 박상현 아주자동차대 모터스포츠 전공 교수다.
"제가 학생 시절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던 2011년에 처음 이 AMF를 만들었고 어느덧 16년째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행사가 성장하기까지 많은 도전이 있었습니다." - 박상현 교수

개막식 인사말 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박상현 교수는 이 행사의 시작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AMF가 처음부터 지역 축제였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만든 행사였고, 모터스포츠와 튜닝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에서 출발했다.
박 교수는 보령시의 관심을 끌기 위해 머드축제 무대에 레이싱 슈트와 헬멧 차림으로 올라가 행사를 알렸던 일화도 소개했다. 행정이 먼저 설계한 축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자동차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도시의 관심을 얻으며 커진 행사라는 점이 AMF의 성격을 보여준다.
그는 이 축제의 목적을 모터스포츠 선수들이 관중 앞에서 박수 받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튜닝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였다. 국내에서 튜닝과 모터스포츠는 오랫동안 일부 마니아의 취미나 위험한 주변부 문화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었다. AMF는 그 문화를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는 공적 축제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보령시가 이 행사를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아주자동차대 안에서 열리던 행사를 처음 봤을 때, 공간의 한계를 먼저 느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입장하는 데만 긴 시간이 걸릴 정도였고, 그는 이 축제를 학교 밖으로 끌어내야겠다고 판단했다.
"제가 당시 행사장에 가보니 장소가 너무 협소해 방문객들이 입장하는 데만 30분씩 걸리는 모습을 보고 '학교 밖으로 끌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게 2020년부터 이곳 해수욕장 엑스포 광장으로 무대를 옮겨 시행하고 있습니다." - 김동일 보령시장

드리프트 경기는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보령의 판단은 관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여름에는 머드축제가 있지만, 봄철 관광 수요를 견인할 콘텐츠가 필요했다. 자동차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소재다. 여기에 대천해수욕장, 지역 먹거리, 숙박 인프라가 결합하면 지역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동일 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에는 2박3일 동안 약 20만명이 방문했고, 생산 유발 효과는 180억~19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보령의 대표 축제인 머드축제가 17일 동안 약 169만명을 모으고 생산 유발 효과 약 940억원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행사 기간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보인 셈이다.
"앞으로 이 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을 머드축제와 쌍벽을 이루는 보령의 대표 봄 축제로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와 전국에서 모인 자동차 마니아들이 함께 즐기고 체험하는 장을 만들어 더 크게 성장시키겠습니다." - 김동일 보령시장
행사장이 자리한 엑스포 광장도 축제 성장의 기반이다. 김동일 시장은 2만2000평 규모의 이 부지를 당초 관광 시설 유치나 분양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단위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시설물을 채워 넣는 대신 공간을 비워둔 선택이 대규모 축제와 주변 상권 활성화의 토대가 된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AMF의 의미는 작지 않다. 한명석 총장은 이 행사를 참여형 교육이자 참여형 축제로 규정했다. 자동차 특성화 대학이 가진 교육과정이 행사장 안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람객들이 토요타 부스에서 차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우리 대학은 교육기관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행사 또한 모든 과정이 교육과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움직이며, 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번 행사는 명실상부한 '참여형 교육'이자 '참여형 축제'입니다." - 한명석 총장
일반적인 대학 축제가 공연과 흥행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아주자동차대 축제는 학생들이 만든 차와 기술, 선배들의 작업물, 모터스포츠 현장이 중심이 된다. 한명석 총장은 유명 가수를 부르는 축제보다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자동차 특성화 대학에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 효과는 신입생 유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아주자동차대 모터스포츠 전공 지원자 수는 66명에서 80명, 지난해 100명까지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들이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AMF가 대학의 전공 경쟁력과 인재 유입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고 있다.
"AMC 모터 페스티벌이 축제로 즐기는 자리를 넘어 자동차 산업에 꿈을 가진 인재들이 기술자로 성장하는 중요한 채널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 한명석 총장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도 AMF는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토요타 코리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짐카나 아시아 교류전에는 프리우스가 공식 경기 차량으로 운영됐고, 행사장에는 토요타 86 등 모터스포츠 문화와 맞닿은 모델들이 중심을 이뤘다.

보령•AMC 국제 모터페스티벌은 보령시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박상현 교수는 토요타가 단순 전시를 넘어 체험 프로그램을 심화해왔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지난 3년간 참가를 이어오며 전시에서 체험으로, 올해는 전 라인업 전시와 가족 단위 시승으로 참여 범위를 넓혔다. 이는 자동차 브랜드가 지역축제를 고객 체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명석 총장도 이 지점을 강조했다. 그는 AMF가 장기적으로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전시와 홍보의 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는 이 행사가 일회성 축제로 끝나기를 원치 않습니다. 보령의 지역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고,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며, 나아가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전시 및 홍보의 장이 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시승이 차를 구매하는 기본 조건이 됐습니다." - 한명석 총장
김동일 시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브랜드의 관심도 언급했다. 아직 참여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보령시와 대학 측이 완성차 브랜드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브랜드 참여 확대는 단순히 부스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AMF의 정체성인 튜닝, 모터스포츠, 체험형 콘텐츠와 맞아야 한다. 차만 세워두고 가는 방식으로는 축제의 성격을 살리기 어렵다.
축제가 커질수록 과제도 분명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모터스포츠는 박진감이 있는 만큼 위험 요소도 동반한다. 김동일 시장은 단 하나의 사고만 발생해도 축제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관람객 방어벽을 지난해 2중에서 올해 3중망으로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 레이싱 팀, 튜닝카 동호회 등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선보였다.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축제의 성공은 무엇보다 '안전'에 달려 있습니다. 단 하나의 사고만 발생해도 그 축제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장님과 저 역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습니다." - 김동일 보령시장
예산과 운영 일정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행사 규모는 10억원 단위로 커졌고, 올해는 RISE 사업을 통해 국비 지원을 포함한 구조로 전환됐다. 그러나 기업 참여를 확대하려면 예산 확정 시점이 더 빨라져야 한다. 박상현 교수는 기업들이 보통 10~11월에 다음 해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는데, 행사 예산 확정은 2월쯤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참여 조율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보령시가 추진 중인 수소·미래 모빌리티 전략과의 연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동일 시장은 보령시가 수소 에너지 그린 도시 및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지정됐고, 관창산업단지에 모빌리티 실증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 효율화와 수소차 산업 육성 등 미래 모빌리티 기반을 지역 안에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구상까지 더하면 AMF는 단순한 봄 축제를 넘어선다. 축제는 자동차 문화를 대중에게 열고, 대학은 인재를 키우며, 지자체는 관광과 산업 기반을 연결한다. 이 세 흐름이 맞물릴 때 보령은 머드의 도시에서 모빌리티 문화와 실증의 도시로 이미지를 확장할 수 있다.
아직 완성된 모델은 아니다. 행사 기간을 이틀로 할지, 2박3일로 늘릴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방문객이 늘어날수록 교통, 숙박, 안전, 프로그램 구성도 더 정교해져야 한다. 브랜드 참여 확대와 축제 고급화 역시 앞으로의 숙제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보령은 머드축제로 여름을 만들었고, 이제 모터 페스티벌로 봄을 설계하고 있다.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은 자동차를 전시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를 매개로 지역과 대학,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