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HMM(011200)이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가장 큰 변수였던 파업 리스크를 정리했다. 부산 이전을 둘러싼 찬반은 남아 있지만, 노사 충돌이 실제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부터 낮추면서 가장 급한 불을 먼저 껐다.
HMM 노사는 30일 본사 부산 이전에 합의했다. 다음달 8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을 마무리하고, 이후 이전 등기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집무실은 우선 부산으로 옮기고, 세부 이전 방식은 이후 노사 교섭을 통해 다시 정하기로 했다. 부산 북항 내 랜드마크급 사옥 건립 계획도 함께 담겼다.
형식상 합의지만, 이번 결정의 무게는 충돌 봉합에 더 실려 있다. HMM 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사 이전을 두고 수차례 협의를 이어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육상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과 대표이사 고소, 파업 예고까지 꺼내 들었고, HMM은 5월8일 임시주총 강행 수순으로 맞섰다. 지난달 이사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될 정도로 갈등 수위는 이미 정면충돌 직전까지 올라가 있었다.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노사합의서 서명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HMM
HMM이 서둘러 정리해야 했던 건 이전 논쟁 자체보다 노사 갈등의 확산 가능성이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물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사 충돌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외 물류 차질은 물론 공급망 혼란까지 감수해야 했다. 본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경영 변수로 장기화되는 상황을 더 끌고 가기 어려웠던 이유다.
임시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높았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35% 안팎 지분을 보유한 구조에서 본점 이전 안건이 막힐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HMM이 먼저 정리해야 했던 변수는 주총 가결 여부보다 이후 노조 반발이 실제 물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었다.
이번 합의로 정리된 건 본점 이전의 법적 절차다. 주총과 등기 절차를 거치면 본점 주소를 부산으로 옮기는 작업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본사 기능까지 함께 이동할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대표이사 집무실과 본점 주소를 부산으로 옮기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만 영업과 전략, 재무, 관리 기능까지 어디까지 부산으로 옮길지에 따라 이번 이전의 성격은 달라진다. 서울에 남는 조직 규모와 핵심 부서 재배치 여부에 따라 부산 이전은 상징에 머물 수도 있고, 실질적인 조직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노사가 합의한 건 이전의 방향이다. 이전의 범위와 속도는 이제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본사 부산 이전은 시작됐지만, 조직 전체가 어디까지 이동할지는 아직 노사 협상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
HMM 입장에서 이번 합의의 실익은 분명하다. 지난해 매출 10조8914억원, 영업이익 1조4612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국적선사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 선사에게 지금 더 중요한 건 본사 주소보다 글로벌 물류 대응이다. 중동 변수와 운임 변동성, 공급망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장기화하는 부담은 적지 않았다.
결국 HMM은 본사 이전의 찬반을 끝낸 것이 아니라, 더 급한 리스크부터 정리했다. 부산행은 시작됐고, 이제 남은 건 본사를 얼마나 옮길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