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출발한 콜마그룹(161890)이 자산 5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집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가 아닌 제조 기반 사업 구조로 성장해 온 기업이 대기업 반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콜마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고 29일 밝혔다. 1990년 직원 4명으로 출발한 이후 약 36년 만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자산 총계는 5조2428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는 한국콜마 1조5290억원, HK이노엔(195940) 2조969억원, 콜마홀딩스(024720) 5461억원, 콜마비앤에이치(200130) 5206억원 규모다.
이번 지정은 화장품 ODM 업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소비자 가격이 아닌 제조 납품 단가 중심의 구조로 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기술 기반 생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화장품 산업은 브랜드 중심으로 가치가 형성돼 왔지만, 최근에는 ODM 기업이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 내 핵심 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콜마그룹의 성장은 화장품, 제약·바이오, 건강기능식품으로 이어지는 '삼각 포트폴리오'가 견인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7224억원, 영업이익 239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과 수액 사업 성장에 힘입어 매출 1조631억원을 올리며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57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건기식 ODM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제약·바이오 부문의 기여도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ODM 사업만으로 대기업 규모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며 "HK이노엔의 신약 성과와 수익 구조 개선이 그룹 전체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콜마는 단순 제조를 넘어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한 사례"라며 "ODM 기업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글로벌 시장 환경과도 맞물린다. 최근 인디 브랜드 확산과 함께 ODM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제조 기업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뷰티 수출 구조에서도 ODM 생산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HK이노엔의 케이캡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그룹의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콜마그룹은 대기업집단 지정에 맞춰 지배구조와 내부 통제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책임경영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고도화해 '뷰티·헬스케어 통합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성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실행력의 결과"라며 "앞으로는 AI 기반 연구개발과 생산 혁신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콜마그룹의 대기업집단 편입은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제조 기반 기업이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 내 위상을 재편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바이오·헬스케어와 결합한 ODM 기업들의 성장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