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안전이 멈추면 미래도 멈춘다. 노동자의 안전은 어떤 효율성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또 산재를 미리 대응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정혜선 한국안전보건단체총연합회 회장은 '2026 산업재해근로자의 날 기념 안전보건 컨퍼런스' 환영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산업재해 예방 방안과 함께, 현장 적용 과정에서 인간의 통제와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재단법인 피플(이사장 정유석)은 AI 기술 안전보건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26 산업재해근로자의 날 기념 안전보건 컨퍼런스'를 28일 개최했다. = 홍재현 기자
지난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AI 기술과 연계한 안전보건 문제 해결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재단법인 피플(이사장 정유석), 이학영 국회부의장, 조정식 국회의원, 박해철 국회의원, 한국안전보건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은 주관을 맡았다.
이날 행사는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을 비롯한 정혜선 한국안전보건단체총연합회 회장, 최은희 을지대학교 교수 등 안전보건 전문가를 포함해 총 196명이 참석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기술 기반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기반 로봇이 일부 고난도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나민오 안전보건공단 R&D정책팀장은 독일 BMW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를 활용해 부품 조립 등 다자유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도 100만대 이상의 지능형 로봇이 물건 운반, 분류, 작업자 협업 등에 활용되며 작업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나 팀장은 "안전보건공단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챗GPT, 제미나이 등 LLM 기반 모델이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언어 이해 분야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 현장의 특수한 맥락이나 복잡한 국내 법규 해석에서는 오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 특화 언어모델인 DSLM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DSLM은 산업 현장의 재해 및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검증된 지식 범위 안에서 제한적인 답변을 산출하는 인공지능 모델이다. 해외 서버를 사용하는 기존 LLM 기반 AI 모델과 비교해 기업 기밀 유출 우려가 적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민오 안전보건공단 R&D 정책팀장이 기존 LLM 기반 모델의 한계점을 설명하고 있다. = 홍재현 기자
미래 안전보건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가 발생한 후 효력을 발휘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산업재해 예방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가 산재 예방을 위해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감시한다면 AI 기반 안전 생태계 구축도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AI만으로 안전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은희 을지대학교 교수는 피지컬 AI 기술이 산업현장의 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지만, 노동 소외와 책임 소재 등 다양한 취약점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통제권' 등 사람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켐토피아 전무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는 "AI가 산업 분야의 전체적인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사실"이라며 "현장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을 활용한 사고 예방 솔루션 도입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박 전무는 AI 기술이 제조업, 건설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불량률 확인, 돌발 설비 고장 방지, 영상 판독 보조 등의 업무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고위험 작업이나 활용도 검증이 필요한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조환호 한국감성안전진흥원 회장이 '디지털 전환 시대의 감성안전'을 주제로 AI 기술과 인간 감성의 융합을 언급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의 안전보건도 결국 인간 중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감성 인식이 안전 행동과 안전문화로 이어지는 감성안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폐회식은 김형석 헤르스 대표의 폐회사로 마무리됐다. 김 대표는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AI 기술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현장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안전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열린 '산업안전재해 근로자의 날' 컨퍼런스 장소에는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을 포함해 196명이 참석했다. = 홍재현 기자
한편, 재단법인 피플은 2010년 설립 이후 매년 4월28일 '산업재해근로자의 날'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에서 열린 2025 산업재해근로자의 날 기념 안전보건 컨퍼런스에서는 세계 정세 변화와 기술 발전 가속화 등 '급속한 변화 시대의 산재 예방'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