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한 '재판소원' 제도의 첫 본안 심리 사건을 지정하면서, 제도 도입 이후 한 달여만에 실제 적용 사례가 등장했다. GC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취소 청구가 그 대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8일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심의를 거쳐, 제약사 GC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취소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접수된 수백 건의 사건 중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안 판단 단계로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접수된 사건 상당수는 각하되며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제도의 실질적 작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재판소원은 기존 헌법소원과 달리 법원의 확정판결 자체를 헌재 판단 대상으로 삼는 제도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헌법적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도입 당시부터 법조계와 산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GC녹십자의 공정거래 관련 분쟁이다. 회사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입찰 과정에서 도매업체를 형식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고, 올해 2월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GC녹십자는 대법원이 사건의 쟁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했다며,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의 판단과 행정소송 판결 간 법리 해석이 엇갈렸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대법원에서 본안 판단 없이 기각된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장과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등에 회부 사실을 통지하고 의견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사건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헌재에 전달할지, 그리고 향후 판결 취소 시 후속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등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행정처와 헌재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록 송부 방식과 보안 문제 등을 두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소송을 넘어 재판소원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공정거래 사건과 같이 행정제재가 확정된 이후에도 헌법적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결정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으로 끝났던 사안이 헌법재판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상당한 변수"라며 "재판소원이 일정 범위에서 인정된다면, 향후 대형 제약사들이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