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이른바 사회개혁법안 13개를 제외한 85개 법안 '직권 상정 요청'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제 공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과 경상남도 양산 선영들을 둘러본 김의장은 현재 부산에 머물며 정국 구상 중이다. 한편 김 의장은 29일 중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의장이 갖고 있는 카드는 직권 상정 요청 거부와 수용, 협상 유도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여야 대치 정국으로 국회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직권 상정을 거부한 채 협상 요구를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 협상 중재 시도할 가능성 남아
김 의장에게 남은 명분은 임시 국회 회기가 내년 1월8일 까지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 김 의장이 시한을 정해 여야의 타협을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처리 시기와 대상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김 의장은 더욱이 1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대해 신년 연설을 하는 점도 감안, 이 연설과 여야간 마지막 협상을 통해 합의 도출을 할 기회를 열어둘 가능성을 주목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한 번 더 겪은 다음 직권 상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장에게 당정청, 만만찮은 압박 쏟아지는 중
하지만 국회 수장으로서는 현명한 처신일 수 있지만, 친정격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원성을 살 수 있어 선뜻 택하기 어려운 감이 있다.
의장직에 취임하면서 당직을 버리도록 되어 있지만, 김 의장으로서는 원적인 한나라당을 전혀 도외시한 판단을 내리는 데 부담감이 크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이 각종 민생 현안 등을 묶고 사회개혁 법안들을 따로 선별, 민주당이 반발할 명분을 줄인 것이 김 의장은 선택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나라당은 현재 논란이 된 법안 중 방송법 하나만 직권 상정 요청 85개 중에 함께 끼워놓았을 뿐, 시위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개정 문제는 향후 처리하자면서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이같은 구상은 "민생 현안 등을 위해 급한 법안들을 먼저 처리해 달라"고 김 의장과 야당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우리도 양보할 테니, 방송법만큼은 민주당이 하나쯤 포기하라"는 제안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청와대가 국회 일정에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점도 김 의장에게는 부담감을 줄 전망이다. 28일 청와대는 이동관 대변인을 통해, "위기극복을 위해 모두가 하나 돼 연말 연초도 없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새해 업무보고까지 연내로 앞당겨 연초부터는 바로 예산집행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그런 것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김 의장의 직권 상정을 간접 요청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새해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 예산 집행이나 공기업 선진화 등 각종 개혁 작업들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정부측 상황을 강조했다. 더욱이 "갈등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고 말해 직권 상정에 따른 물리적 충돌을 감수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도 덧붙였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거대한 공룡 여당으로서 민주당에 끌려 다니다가 각종 중점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신년을 맞이하는 경우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도 김 의장에게는 부담이다. 김 의장으로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각종 법안 처리 정국에서 지도력 부재 노출을 하는 것에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박희태 대표에 대한 불만 표출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무래도 한나라당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의장이 어느 쪽을 택하든 정국에는 큰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는 가운데, 김 의장이 29일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 등의 대여 전면 투쟁 혹은 한나라당의 한 발 후퇴와 이 공백에 조성되는 마지막 협상 어느 쪽이든 김 의장 본인 외에도 정치권 전반에 파동을 미칠 상황이다. 양쪽 모두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길이니만큼 김 의장이 그 이후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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