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성벤처 육성 필요성은 모두 공감합니다. 하지만, 말뿐이어서는 안됩니다. 예산과 제도로 답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내수시장 한계를 벗어나야 합니다. 이에 협회는 글로벌 진출에서 해법을 찾겠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응한 성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 = 김우람 기자
취임 1년을 맞은 성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의 일성이다. 그는 여성벤처기업의 성장 해법으로 해외 판로 확대와 투자 연결 강화를 제시했다. 협회는 세계여성벤처포럼을 수출상담회와 글로벌 IR 중심으로 개편한 데 이어 여성벤처·스타트업 전용 펀드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성 회장은 지난 1년간 회원사 현장을 돌며 여성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사업 의지는 확인했다. 그럼에도 투자 유치와 해외 판로 개척 단계에서는 여전히 지원 공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성벤처 육성이 필요하다는 말은 많지만, 이제는 예산과 제도로 답해야 할 때"라며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성장 해법도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선박용 전자통신장비 수출기업 에코트로닉스 대표이기도 하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산업용 전자통신기기를 제조·수출해온 현직 기업인인 만큼, 협회장과 기업인 두 역할에서 여성벤처기업의 자금·판로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경영 여건이 더 악화했다고 봤다. 특히 여성벤처기업은 창업 이후 자금 조달과 시장 확대 단계에서 더 큰 부담을 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여성 인재의 경제활동 참여를 넓히고 기술창업을 뒷받침해야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손댄 과제는 세계여성벤처포럼의 성격을 바꾸는 일이었다. 기존 포럼이 네트워크 형성과 교류에 무게를 뒀다면, 지난해 행사에서는 해외 바이어 수출상담회와 글로벌 투자유치 IR 피칭, 컨퍼런스를 전면에 배치했다. 단순 교류 행사에서 벗어나 실제 수출 상담과 투자 접점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성 회장 설명이다.
행사 후에는 보완 작업도 이어갔다. 성 회장은 최근 일본을 찾아 지난해 포럼에 참석했던 일본 대표단을 다시 만나 프로그램 개선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소개하는 일정만 넣기보다 회원사 사업장을 직접 보고, 소규모 비즈니스 미팅을 촘촘하게 붙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올해 포럼에는 이런 피드백을 반영해 현장성과 연결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현장에서 여성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실행력은 확인했지만, 실제 투자자와 연결되는 통로는 예상보다 훨씬 좁았다고도 했다. 그는 "혁신 의지와 자본 연결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투자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수치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성 회장은 "여성 스타트업 투자 비중은 최소 30%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보지만, 실제 비중은 2020년 8%에서 2025년 1.8%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여성의 기술창업은 늘고 있는데 창업 이후 성장을 떠받칠 자본은 오히려 더 좁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올해 사업의 중심을 글로벌 진출 지원과 투자유치 기반 확대에 두기로 했다. 성 회장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결국 자본과 연결망이 필요하다"며 "협회가 이 두 축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IR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여성벤처·스타트업 전용 펀드 조성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금까지 협회는 주요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AC)와 함께 여성벤처·스타트업 대상 I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유망 기업을 별도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투자 연결을 시도해왔다.
앞으로는 VC·AC와 컨소시엄을 꾸려 전용 펀드 조성까지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성공한 선배 여성벤처기업인의 LP 참여와 기금·금융권 출자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올해 신설한 투자유치위원회는 이 작업을 맡는 축이다.
협회는 해외 진출 지원도 바이어 발굴과 파트너 연결 중심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성 회장은 여성벤처기업의 제품과 기술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내수 중심 사업 구조에 머문 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에는 회원사들의 해외 진출 수요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 진출은 초기일수록 현지 바이어를 제대로 찾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여성벤처기업에는 이 과정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런 판단에 따라 올해 세계여성벤처포럼에서도 바이어·파트너 연결 기능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기념식과 수출상담회, 글로벌 컨퍼런스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프로그램 밀도와 실효성은 높인다는 계획이다. 수출상담회 참여 기업도 20개사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질적 거래와 협업 논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별도 비즈니스 교류회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25 여성벤처 주간행사 & 세계여성벤처포럼' 현장. ⓒ 한국여성벤처협회
성 회장은 AI와 디지털 전환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았다. 그는 "AI와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기창업자에게는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예비창업자에게는 창업 기획 단계부터 사업 구조 안에 반영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올해 'AI융합제조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술 매칭부터 현장 적용까지 연계하는 지원에 나섰다.
성 회장은 취임 2년 차 핵심 과제로 투자와 글로벌 진출을 다시 강조했다. 이 두 축이 일회성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되고, 협회장 개인의 임기와 무관하게 회원사들이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 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누가 회장을 맡더라도 회원사들이 이 인프라를 발판 삼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벤처의 해외 진출과 투자 연결이 특별한 기회가 아니라 당연한 성장 경로가 되도록 협회가 가장 단단한 징검다리를 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