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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DNA 민주당'국회본회의장 점거한 까닭은?

여당·국회사무처에 분개, 각종입법저지 마지막 기회 판단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12.26 11:19:06

[프라임경제] 민주당이 26일 아침, 국회 본회의장 점거에 전격 돌입했다. 아침부터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의원총회를 연 민주당은 결국 이같은 ‘결단’을 내려 2008년 여야 대립각의 화룡점정을 이뤘다.

◆ 민주당,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에 분노

민주당의 이번 충돌은 일부 관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여야는 이미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도 긴 진통을 빚었고, 특히 한미 FTA 비준 처리 문제를 놓고는 ‘해머 국회’로 불리는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이에 따라 한나라당 정치인은 물론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도 도매금으로 조롱과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정치인들이 자숙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각의 시각과는 달리, 여당과 국회 사무처 등을 향한 민주당 내 분노가 예상보다 강해 강경 대치 정국으로 문제가 풀린 것으로 읽힌다.

특히 민주당측은 국회 사무처에서 국회 본회의장 앞 충돌에 대해 민주당과 민노당 소속 의원들을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한 점에 대해 일종의 정면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문학진 의원 등은 내 지시에 따라 마지막 수단으로 해머로 문고리를 내리친 것”이라고 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사실상 야당 지도부가 여야간 정상적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 물리적 저지에 나선 것 자체에 사무처가 정면으로 비판을 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정당의 정치행위에 대해 사무처가 가치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일단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국회 사무처가 경위들을 동원, 민주당 정치인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저지한 사유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이 경호권 발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점을 이미 며칠 전부터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출신인 박계동 사무총장이 과잉편파 대응으로 민주당을 몰아세우고 있다는 민주당측의 의심이 발생할 법도 한 대목이다.

◆법안 논쟁, 예산안 정국과 기본적으로 문제 다르다 판단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면 대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같이 강경론으로 치달은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우선 정기국회 개막 이래 여야간 대치를 빚어온 여러 대목들과 이번 연말 국회가 기본적 문제에서 더 큰 대립각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번 진통은 예산 추진과 한미 FTA 문제였지만, 이번 국회 본회의장 점거까지 불러온 각종 법안 대립은 이들 문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예산안은 한 해 문제지만, 각종 법안은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효력이 가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되듯, 민주당은 이번 법안 대치 정국이 더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산안은 실제로 국회 통과가 없는 경우 예비비 지출 등을 통해 집행할 길도 있고 민주당으로서도 이른바 ‘형님예산’ 등의 국소적 논점에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전면적 거부를 할 명분은 적은 편이었다.더욱이, 한미 FTA 비준안 상정 문제도 사실상 지난 번 ‘참여정부’에서 정책 자체가 기본 그림을 그린 터라 민주당이 끝내 강경 투쟁을 할 여지가 적은 편이고, 다만 각종 협상절차상 논란이 있었고, 이 와중에 여당의 밀어붙이기가 물리적 충돌을 만든 데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말 국회 제법안 검토 상황은 문제가 다르다.우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각종 법안들, 이른바 개혁입법들에 대해 민주당은 대표적 악법들이라고 판단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현재 한나라당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법안들이 국정원 권한 강화를 통한 사찰정치와 경찰국가의 부활, 방송 장악의 마무리, 인터넷 세상과 시위 통제를 통한 시민민주주의 전면 규제 등을 가져와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를 20년 이상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사상적 간극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이라는 초강수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숫자상 압도세 상황인 여당이 국회를 통한 전횡, 즉 ‘의회 독재’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DNA 다른 민주당’이 뭔가 해야 할 때

아울러, 민주당이 한나라당 수적 우세 정국에서도 일단 50명 이상의 의원들이 국회 본희의장을 점거하고 연좌농성에 나서면 쉽게 이를 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강경 대치 정국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본회의장 의장석 부근에서 충돌, 수적인 일방열세에도 불구, 정동영 전 의원 등 구 열린우리당 계열 의원들이 ‘탄핵 정국’을 지체시킨 전례가 있다. 결국 국회 경위들에게 끌어내졌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는 한나라당 등 정당연합의 공세에 맞서는 이들의 모습이 방송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탄핵 정국’에 대한 반발 여론의 기폭제가 된 바가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과 결정적으로 정치적 태생이 다르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간 정권 재창출 실패, 국회에서의 수적 열위 등으로 압박감을 느껴 위축돼 온 게 사실인 민주당이 ‘야성’을 회복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지난 촛불 정국에서도 야당이 제대로 핵 역할을 못해 ‘방관자’로 남아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천정배 의원 등은 현장에 나섰다가 오히려 시위대에 봉변을 당하는 등 야당으로서의 역할과 아젠더 제시, 국민 신뢰 획득 등에서 밀린 뼈아픈 전례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은 이번 각종 법안 대치 정국만큼은 원내 정치의 미학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을 수 없다.

더욱이 정세균 당대표의 최근 발언처럼 “쿠데타 정권에서 비롯한 한나라당과 민주 투쟁을 해온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DNA 자체가 다르다”는 인식이 당내에는 저변에 흐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비교적 말이 통하다가도 청와대에만 들어갔다 오면 말이 달라지는” 한나라당과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최종판단이 섰다면 민주당으로서는 70,80년대 정치적 격동기처럼 정면 대응이라도 할 수 있다는 도덕적 우월감과 자신감이 있고 이번에 이것이 작동한 셈이다. 당장의 비판 등 악재보다 역사의 판단과 장기적인 여론 흐름에 기대를 건 이번 민주당 결행이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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