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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는 인간 이해 단계 넘어, 인간 없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오픈클로와 자율 에이전트 시대, 인간의 역할은 '이해'가 아니라 '통제'다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onestar4u@gmail.com | 2026.03.27 13:53:37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을 돕는 도구가 아니다. 최근 등장한 AI 에이전트는 인간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을 대신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간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사건에 가깝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클로(OpenClaw)다. 오픈클로는 대형 언어모델과 연결되어 이메일 전송, 파일 관리, 일정 조정과 같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다. 기존의 AI가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오픈클로는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행동하는 AI’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기술은 이미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환경에서 리드 발굴, 콘텐츠 제작, 고객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AI의 역할을 '지식 생성'에서 '노동 수행'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AI 에이전트는 여러 개를 동시에 운영해 하나의 팀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분석, 기획, 실행을 각각 담당하는 AI를 구성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AI 조직'의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는 서로 데이터를 교환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문제 해결 과정을 내부적으로 순환시킨다. 과거 인간 사회에서 필요했던 토론과 검증의 과정이 시스템 내부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식의 정의는 근본적으로 바뀐다. 지식이 더 이상 인간의 경험과 해석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서 생성되고 검증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동시에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다. 오픈클로와 같은 에이전트는 이메일, 메시지, 파일 시스템 등 다양한 권한에 접근해야 작동하기 때문에 보안 위험이 매우 크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는 사용자의 명시적 지시 없이 AI가 외부 서비스에 계정을 생성하거나 행동을 수행하는 문제가 보고되었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에이전트는 공격에 취약하며, 기본 방어 수준만으로는 상당수 위협을 차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하나의 명확한 사실을 보여준다. AI는 이미 인간을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섰지만, 아직 인간 없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있지 않다. AI가 일을 수행하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행동'이 아니라 '방향과 통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인간은 목표를 설정하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 AI는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는 결정하지 못한다. 둘째, 인간은 시스템을 통제하는 존재로 기능해야 한다. 자율 에이전트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며, 그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셋째, 인간은 책임을 지는 주체로 남아야 한다. AI가 수행한 결과에 대한 윤리적·사회적 책임은 결국 인간 사회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지식의 시대'를 지나 '에이전트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시대에 인간은 더 이상 가장 많은 것을 아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그 결정의 결과를 책임지는 존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가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인간의 역할은 이미 바뀌었다. 이제 인간에게 남은 것은 이해가 아니라 통제이며, 그 통제의 수준이 미래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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