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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핵심인재 전직금지 약정

 

장창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changsue.jang@dlglaw.co.kr | 2026.02.03 09:24:31
[프라임경제] 스타트업에게 있어 '사람'은 단순한 구성원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하고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이들을 조직 내에 머물게 하는 '핵심인재 유지(Retention)' 전략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핵심인재 유지를 위해 스톡옵션, 수평적 조직 문화, 자율성 보장 등 다양한 보상 체계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핵심인재가 경쟁사로 이직하여 핵심 기술이나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함께 마련한다. 대표적인 것이 퇴사 후 일정 기간 동종 또는 유사 업계로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전직금지 약정이다. 

근로자가 유효한 전직금지 약정을 위반할 경우, 스타트업은 민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영업비밀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을 문제삼은 법원의 결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25카합21284)이 있었기에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해당 사건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로 이직한 전 HBM(고대역폭 메모리) 설계 부서 파트장 A씨를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법원에서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A씨는 약 11년간 SK하이닉스에서 HBM 및 D램 설계 업무를 수행하다 2024년 4월 퇴사했다. 

퇴사 후 카이스트 대학원의 위촉연구원으로 약 6개월 동안 재직하다가 2024년 10월부터 삼성전자 부속 연구원에서 품질통계기술 업무를 수행하였고, 2025년 4월부터는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재직하며 칩 통합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SK하이닉스는 재직 중 체결된 전직금지 약정(퇴직 후 2년)을 근거로 가처분을 신청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 원의 간접강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2026년 1월9일 SK하이닉스의 신청을 기각했고, SK하이닉스가 이에 항고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결정은 2026년 1월20일 확정됐다.

우리 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위와 같은 전직금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보고, 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③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④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⑤ 근로자의 퇴직 경위, ⑥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 2015다221910 판결 등). 특히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제반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카합21284 사건에서 전직금지 약정이 무효로 판단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나, 특히 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과 ④ 대가 제공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해당한다(대법원 2013. 10. 17.자 2013마1434 결정).

전직금지 약정의 목적에 영업비밀보호가 포함되므로, 그 약정의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비밀의 존속기간을 넘을 수 없다(대법원 2003. 7. 16.자 2002마4380 결정 참조). 기술의 생명주기가 짧은 IT, 인공지능 등의 산업은 특히나 그 영업비밀의 존속기간이 길지 않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상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짧은 기간 내에 기존의 기술이 도태되거나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산업의 특성상 기술의 급격한 변화나 발전이 예상되거나 관찰되는 경우에는 전직금지 기간이 길게 설정되더라도 그에 따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과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다음으로, 전직금지 약정은 근로자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므로 적절한 대가가 지급되는 경우에는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원은 전직금지 약정이 근로자의 직업활동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강력한 의무이므로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그 의무를 부담시키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퇴직 후에 근로자는 스스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자유롭게 경업을 영위하는 것이 헌법 제15조(직업선택의 자유)의 취지라는 점을 들어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그 제약에 따라 입는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반대급부(대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3. 29.자 2006마1303 결정).

따라서 별도의 전직금지 수당을 지급하거나, 급여에 전직금지 의무에 대한 보상액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시하거나, 퇴직 시 일정 금액을 전직금지의무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핵심인재 유지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전직금지 약정의 무효 판단은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현재 사내에서 운영 중인 전직금지 규정이 이러한 판례 경향에 비춰 볼 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을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장창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前 EY한영회계법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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