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발생한 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 붕괴사고 현장 합동감식.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안전과 품질은 어떤 변화 속에서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입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2026년 신년사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그런데 새해 들어 정부가 공개한 안전관리 '공식 성적표'는 정반대 신호를 던졌다. 국토교통부 '2025년 건설공사 참여자 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 최하위권인 '매우 미흡' 등급을 받으며 회사가 내세운 '원칙·프로세스'와 '안전·품질 최우선' 기조가 출발선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개한 이번 평가는 총 공사비 200억원 이상 공공발주 공사에 참여한 발주청·시공자·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위탁기관 국토안전관리원이 △안전전담 조직 구성 △관련 법령에 따른 업무수행 △자발적 안전점검 활동 △위험요소 확인 및 제거 지원 활동 등 153개 세부지표와 건설현장 사망자 수를 함께 반영해 5개 등급으로 산정한다.
평가 핵심은 '지표 점수'보다 사망사고가 등급을 결정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평가에서 점수 자체는 높았지만 사망사고 발생으로 '우수'에 그친 바 있다. 다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해의 경우 결국 '매우 미흡' 등급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서는 2월 경기 안성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교량 상부 구조물 붕괴로 4명이 숨지고, 3월에는 경기 평택 아파트 공사와 충남 아산 오피스텔 공사에서도 사고가 이어지는 등 중대재해가 반복된 바 있다. 이에 이번 '매우 미흡' 등급은 단순 평가 결과를 넘어 현장 안전 시스템 구조적 재점검을 요구하는 경고음으로 해석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평가 결과와 관련해 단순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는 시공능력평가액 산정시 신인도 평가 항목에 반영되며, 특히 최근 3년 평가 평균 기준 '매우 미흡'의 경우 감점 4%가 적용된다. 공공발주·대형 프로젝트 시장에서 '안전'은 곧 수주 리스크로 해석되는 만큼 대외 신인도와 경쟁력에 직접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 현대엔지니어링
사실 주우정 대표 메시지는 오히려 더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그는 지난 2025년 당시 신년사를 통해 "우리 회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습·관행을 깨는 변화와 집단지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올해에는 △원칙 준수 △미래 기술 확보 △안전·품질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안전·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정부 평가는 냉정했다. '원칙'과 '프로세스'를 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주 대표 선언과 달리 '매우 미흡' 등급은 최소한 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국토부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주체에는 명확한 책임을 묻고, 안전관리에 힘쓰는 주체에는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평가 대상과 결과 활용을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경영 첫 단추를 '안전 성적표 반전'으로 끼워야 하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현대엔지니어링에게 요구하는 건 신년사 문장 자체가 아닌, 측정 가능한 증거"라며 "결국 등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장 위험요인 선제 제거 프로세스 실효성 △안전전담 조직 권한·책임 강화 △협력사 포함한 '원팀' 안전관리 체계 △사고 예방 성과 공개 등 즉시 검증 가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과연 현대엔지니어링이 안전·품질 최우선 원칙을 현장에 이식해 '매우 미흡' 꼬리표를 끊어낼지, 아니면 선언과 현실의 괴리가 반복 소환될지 시장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