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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CX 체인 시대' 시곗바늘이 세배로 빨라졌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25.12.09 09:53:47
[프라임경제] CX를 넘어 이제는 CX 체인 시대다. 과거처럼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다음 분기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라, 고객의 행동과 감정이 실시간으로 감지되고 그 신호가 곧바로 전략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AI가 고객 불만과 이탈을 즉시 탐지하고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하면서, 고객 경험은 쌓아 만드는 결과물이 아니라 매 순간 다시 태어나는 흐름이 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없다. 

고객 문의는 때로 태풍주의보처럼 긴장해야 하는 신호가 되고, 잔잔한 VOC 한 건조차 조직의 다른 부서를 진동시키는 지진징후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속도는 급박해지고 변수는 늘어나지만, 업무를 지탱하는 방식은 여전히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컨택센터 구성원에게 익숙한 기존의 절차와 리듬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고, CX 이슈 그 자체보다 그 문제를 둘러싼 감정을 조율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이를테면 CX 지침에 대한 공지문이 길어도 오해가 생기고 짧아도 서운함이 남으며, 회의를 해도 불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하지 않아도 공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따라온다. 그 결과 리더의 하루는 누구보다 바쁘지만, 정작 중요한 분석과 판단은 뒷순위로 밀려난다. 많은 일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손대지 못한 듯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리더를 더욱 피로하게 한다. 

압박이 높아지면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 안전을 확보하려 한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미 잘해왔던 방식을 더 강하게 붙든다.

그 결과 계획을 중시하는 리더는 더 계획에 의존하고, 관계를 중시하던 리더는 더 관계에 기대며, 숫자에 강했던 리더는 더욱 지표에 매달리게 된다. 익숙함이 안전망이 되지만, 바로 그 익숙함이 변화의 흐름을 읽는 데 필요한 여유를 가장 먼저 잠식한다. CX 체인 시대의 문제들은 어제의 방식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빠르게 변하는 흐름을 읽고 다양한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스마트 리더십이 필요해진다. 스마트 리더십이란 필요한 것을 필요한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이 잘해왔던 특정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의 신호를 읽어 의미를 해석하며, 상황이 요구하는 역할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힘이다. 과감함과 신중함, 부드러움과 단호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어떤 국면에서 어떤 모습이 필요한지 판단해 바꿔낼 수 있는 역량이다. 

CX 체인 시대의 속도는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패턴을 바꿔가며 빠른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흐름을 읽고 상황마다 다른 역할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때는 변화의 징후를 민감하게 포착해야 하고, 어떤 때는 팀의 움직임을 독려해야 하며, 어떤 때는 갈등을 조율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리더십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리더가 의도를 세우고, 탐구형 질문을 던지며, 초점에 맞게 판단을 구성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원은 거창하지 않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다른 관점을 시도해볼 수 있는 심리적 공간,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에너지가 필요할 뿐이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리더는 속도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속도를 이해하고 이끄는 사람이 된다. 

시곗바늘이 세 배로 빨라진 세상에서 컨택센터 리더는 어제의 방식에 머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속도를 버티는 힘이 아니라, 그 속도 속에서 의미를 포착해 방향을 열어가는 능력이다. 바로 그 능력을 갖춘 리더를 세우는 일이, CX 체인 시대 컨택센터가 AI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가장 전략적인 투자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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