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공택지에서 '4년 민간임대 후 우선분양'을 내걸고 공급된 성남 고등지구 S-1블록 '판교밸리제일풍경채'가 분양전환가 급등과 사모펀드 편입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21년 약 2000억원 규모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지분이 사모 부동산투자신탁으로 매각되면서 사업 구조가 운용사·수탁사 체계로 재편됐다. 입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우선분양 약속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분양 전환 가격이 시세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뛰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업자인 성남고등에스1PFV와 메테우스자산운용 측은 "법원이 분양가 산정 기준과 권리관계를 모두 인정했다"며 임차인 주장에 반박하면서 갈등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판교밸리제일풍경채 비대위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 판교밸리제일풍경채 비대위
성남 고등지구 S-1블록은 공공택지에 지어진 543가구 규모 민간임대단지다. 신혼부부·노부모부양 등 특별공급을 통한 입주 가구가 많고, 공급 당시 '임대 4년 후 우선분양'이 핵심 조건으로 제시됐다.
입주민들은 당시 "시세 대비 약 80% 수준(8억~9억원대)의 분양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사업자가 제시한 분양전환가격은 약 12억6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현 시세(약 10억~10억대 초반)를 웃도는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반발이 확산됐다.
갈등의 표면화는 2021년 PFV 지분이 메테우스자산운용이 설정한 부동산투자신탁(사모펀드)으로 넘어간 시점과 맞물린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는 "PFV 지분 매각 이후 사업 의사결정권이 펀드 운용 구조로 이동했고, 분양전환 절차·가격 산정의 투명성이 약화됐다"라며 "공공택지 민간임대라는 정책 취지가 사모펀드의 수익 구조와 결합하면서 임차인에게 수억 원대의 부담이 전가됐다"라고비판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로 이어졌다. 비대위는 부동산투자신탁의 수탁사 역할을 맡은 NH투자증권과 금융감독원에 대해 "PFV 지분 매각 과정, 신탁 승인 절차, 감정평가 과정 등 사업 구조 전반이 규정에 따라 운영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들은 여의도 금융감독원까지 행진하며 공공택지 임대아파트가 사모펀드 수익 구조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임차인 주장과 달랐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는 지난 10월31일 선고된 1심 판결에서 임차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제12조가 민간임대주택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분양전환가격 산정 방식 역시 감정평가업자 2인의 평가액 평균과 분양가상한제 산정가격 중 낮은 값으로 규정돼 있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공공택지 민간임대 분양전환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근거가 민간임대주택법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으로는 감정평가 평균만이 유효한 산정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임차인 측이 주장한 "당초 분양전환가 7~8억원대" 주장에 대해서도 "계약·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명시했다. 감정평가 절차 역시 중대한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메테우스자산운용은 판결 내용을 근거로 "우선분양권과 매매예약완결권이 모두 소멸됐으며, 분양전환가도 법원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했다"라며 "전체 543세대 중 약 140세대 이상이 이미 분양전환 또는 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지분을 보관·관리할 뿐"이라며 "분양가나 사업 운영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항소심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입주 당시 약속된 우선분양 구조가 지분 매각 한 번으로 무너졌다"라며 "공공택지 민간임대 제도와 사모펀드·신탁사 구조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분양가 분쟁을 넘어 △공공택지 민간임대 관리체계 △사모펀드의 주거시장 참여 문제 △분양전환가격 산정 기준의 법적 불일치 등 복합적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향후 항소심과 금융당국·국토부 조치 여부에 따라 논란은 제도 개선 논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비대위는 금융사의 수탁 기능이 공공사업 기준에 부합했는지 금융감독원과 국토교통부에 공식 점검을 요구하고, 추가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