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주택에 갇힌 건설②] 주택, 뜨거운 감자가 되다

미분양 확대·원가 상승 겹악재…건설사, 포트폴리오 재편 압박 커진다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5.11.26 17:52:54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분양 호황에 편승해 주택사업에 올인했던 건설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안전판'이던 주택 중심 구조가 지금은 실적 둔화의 출발점이자 인프라 역량까지 약화시키는 약점으로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에 포트폴리오 재정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에는 통했던 안정 전략도, 앞으로는 시장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평가다.

과거부터 부동산 경기 위축은 특히 주택 편중도가 높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 외감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0%에서 2023년 2.5%까지 떨어졌고, 순이익률 역시 4.9%에서 1.1%로 추락했다. 사실상 절반 이상이 날아간 수익성이다. 종합건설업체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지난해 순이익률이 0.5%에 그쳤다. 팔면 팔수록 남는 게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재무 건전성도 흔들렸다. 지난해 전체 산업 평균 부채비율은 소폭 개선됐지만, 건설업 부채비율은 151.1%로 1년 사이 5.7%포인트(p) 상승했다. 대형사조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부담과 미분양 증가로 자금 흐름이 경직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한국기업평가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수 부진과 금융 규제가 맞물리면서 회복 탄력이 떨어졌다"며 "가격경쟁력보다 체질 개선과 신시장 확보가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시장 침체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지점은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2024년 5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29가구로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연초 6만3000여 가구 수준이던 미분양이 매달 증가하며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역시 수도권 2400여 가구, 지방 1만 가구를 넘어섰다. 건설사에겐 손실을 떠안고 있는 물량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며, 금융권도 관련 리스크를 확대 해석하며 대출 문턱을 더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요 건설사들의 주택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평균 주택·건축 매출 비중은 61%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2022년 55.6%였던 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5%p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쟁이 치열한 도심정비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주택사업에 더욱 공격적으로 뛰어든 결과다. 

기업별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86.8%로 가장 높았고, GS건설(73.9%), 현대엔지니어링(67.6%), 롯데건설(66.6%), 현대건설(66.5%)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쏠림은 '원가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기업 실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1%로, 1만원어치를 팔아 594원이 남는 구조에 불과했다. 자잿값 상승이 계속되고 공사 환경이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원가율을 통제하기는 더욱 어려운 조건이다. 영업이익률도 전체 평균 0.7%로 떨어졌고, GS건설·DL이앤씨·SK에코플랜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후퇴했다. 

뜨거워진 주택 리스크…흔들리는 건설업계

"주택이익이 빠지면 사실상 다른 사업부문만으로는 재무구조를 지탱하기 어렵다…주택 편중이 위험을 가중시키는 전형적 사례가 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고, 하반기 공사비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주택사업 중심의 건설사들은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분양가가 추가로 오를 경우 수요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수요가 줄면 분양 속도는 더 둔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또 다시 건설사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건설업계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과 인프라, 플랜트, 친환경·에너지 분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건설사들은 이미 ESG·탈탄소 공사, 데이터센터·스마트시티 인프라, 해외 플랜트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어 국내 역시 유사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주택사업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한 취약성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주택경기 반등을 기대하기엔 변수들이 너무 많다"며 "대출, 정책, 금리, 자잿값 등 어느 하나 확실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 고집하면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의 흐름을 개선하지 못하면, 시장 회복 시점과 관계없이 건설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