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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폐배터리 안전·수익성 다 잡았다" 정철원 디알티 대표

연속식 열분해·무산소·모듈화로 폭발 위험↓·회수율↑…SAF·폐플라까지 확장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5.11.21 14:22:46
[프라임경제]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가 빠르게 늘면서, 사용을 마친 리튬이온배터리(LIB)는 이제 '제2의 폐플라스틱'으로 불린다. 화재·폭발 위험이 높고, 화학물질·중금속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도 크지만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표준 공정과 규제 기준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전북 새만금에 둥지를 튼 폐배터리 전처리 스타트업 디알티(대표 정철원)는 이 난제를 '연속식 열분해' 기술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회사다. 디알티는 방전·해체·유기물 제거 등 전처리 단계에서 폭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후단 습식제련 공정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고품질 블랙매스를 만들어내는 설비를 개발 중이다.

정철원 디알티 대표는 국내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의 초기 멤버로 10여년간 현장을 경험한 '실무형 전문가'다. 그는 "전기차 산업 성장의 이면에는 사용 후 배터리 처리라는 시한폭탄이 있다"며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순환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원 디알티 대표. ⓒ 디알티

"현장서 본 폭발·화재…안전·환경·수율 모두 손보겠다고 결심"

디알티 창업 배경은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정 대표는 성일하이텍(365340)에서 12년간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과 공장 운영을 맡으며, 기존 공정의 구조적 한계를 몸으로 느꼈다.

그는 "폐배터리는 상태와 정보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고, 전처리가 제대로 안 되면 이후 습식공정 효율이 떨어지고 위험요인이 남는다"며 "특히 전해액·바인더·분리막 같은 유기물이 남아 있으면 폭발·화재 위험이 커지고 환경오염도 우려된다"고 짚었다.

실제로 창업 초기에도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다. 정 대표는 "힘든 경험을 피하면 같은 위험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안전·환경 기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싶어 열분해·환경설비 전문가들과 함께 디알티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디알티가 맡는 역할은 '전처리 토탈 시스템'이다. 폐배터리를 방전·해체하고, 유기물을 제거해 후처리(습식제련) 공정으로 안정적으로 투입 가능한 고품질 원료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설계·제작·운영까지 통합 제공하면서 법정 대기·폐수 규제에 맞는 전처리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식이다.

연속식 열분해 반응로…"고순도 블랙매스 한 번에"

디알티 기술의 심장부는 연속식 열분해(Pyrolysis) 반응로다. 기존에는 500℃ 이상 고온을 유지하는 배치(batch) 방식이 주로 쓰였으나, 공정 간 단절과 산소 차단 실패로 인한 폭발사고, 낮은 회수율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는 "기존 방식은 공정이 끊어져 있어 생산성 향상이 어렵고, 로터리킬른 고온 영역에서 산소 차단이 완전하지 않아 안전성과 효율에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는 공정 전체를 연속 구조로 만들고, 밀폐·무산소 설계를 통해 이 부분을 정면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디알티가 개발 중인 연속식 열분해 시스템은 고온·무산소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500℃ 이상에서도 구조 변형 없이 운전이 가능하도록 내열 특수합금을 적용해 반응로의 내구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외부 산소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완전 밀폐형 구조와 연속 투입·배출 시스템을 도입해, 고온 상태에서도 폭발 위험을 최소화했다.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계도 눈에 띈다. 다열(多熱) 적층 구조와 직접가열 방식을 적용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손실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낮췄다. 

이 공정을 통해 전해액·바인더·분리막 등 유기물을 한 번에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후단 습식제련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전해액·분리막에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액상 형태로 응축·회수해 폐기물 및 CO₂ 배출을 줄였다. 설비는 다단 적층·모듈화 구조로 설계돼 설치 면적을 최소화하면서도 유지관리와 부품 교체가 용이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정 대표는 "연속식 열분해로 고온·무산소 조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금속 구조 변형 없이 유기물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후단 습식제련 공정 약품 사용량을 줄이고, 고순도 블랙매스를 한 번에 회수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디알티의 연속식 열분해 설비. ⓒ 디알티



"배출가스까지 한 번에…환경·안전 패키지로 공급"

디알티의 또 다른 강점은 배기가스·환경설비까지 통합한 '패키지 솔루션'이다. 폐배터리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냄새·VOC(휘발성유기화합물)를 잡지 못하면 인허가와 민원에서 발목이 잡힌다.

정 대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온도·압력·가스농도 등 주요 변수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파일럿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며 "배기가스는 응축 회수 후 마이크로웨이브 추가 분해를 적용해 악취와 VOC, 미반응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알티는 전 공정 환경시설을 통합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열분해 반응로와 함께 집진·세정·가스처리 설비를 묶어 공급, 고객사가 각국 환경 규제 기준을 한 번에 충족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생산성·모듈화·자동화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 중이다. 연속식 열분해 구조를 통해 소재별로 공정을 최적화하고, 중앙제어시스템을 도입해 무인에 가까운 플랜트 운영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 저가 설비와는 게임이 다르다…가동률·내구성·품질로 승부"

폐배터리 설비 시장은 중국산 저가 설비가 빠르게 잠식하는 중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초기 투자비만 보고 설비를 고르면 결국 가동률·내구성·운영비·회수율·사후 대응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안전·효율·환경성·회수율을 핵심 지표로 보고 R&D를 진행한다"며 "블랙매스와 니켈·코발트·구리 등 금속 회수율을 각각 98%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열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물(오일)을 응축해 재자원화하는 연구도 병행한다. 디알티는 폐배터리 외에도 폐플라스틱·바이오매스에서 오일을 회수하는 열분해 기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 기술 공동 개발 및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새만금 4000평 공장…"양산 땐 연 4000억 매출 가능"

디알티는 전북 새만금 2차전지 특화단지 내 약 4000평 부지(건물 2500평)에 공장을 설립하고, 연속식 열분해 설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연속식 다열·직접가열 구조를 통해 열손실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50% 이상 절감하고, 발생 가스의 50% 이상을 오일로 회수해 최종 배출가스를 크게 줄이는 설계를 적용했다.

정 대표는 "양산 설비가 본격 가동되면 최대 연 4000억원 규모 매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새만금 공장을 글로벌 전처리 표준 공장으로 키우고, 해외 프로젝트로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기대도 적지 않다. 디알티는 창업 이후 약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제피러스랩, 리딩레인보우신기술투자조합 등 주요 투자사가 참여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성일하이텍, IS에코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해외에서는 미국 인터코, 일본 VOLTA, 닛폰리사이클링 등과 기술 시연을 추진하고 있다.

"폐배터리, '지정폐기물'인데 기준은 없다…국가 표준 시급"

정 대표는 기술만큼이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환경부는 폐배터리를 '지정폐기물'로 분류하지만, 이에 맞는 재활용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불합리한 규제 탓에 인허가 체계가 모호하고, 기업들이 불안정한 기준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폐배터리 품질 기준을 명문화하고 자원화 전략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우리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며 "안전·환경·품질을 고려한 전처리·재활용 표준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알티는 열분해 기반 전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ESG·순환경제 이슈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활용 기술로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면 자원 확보·원가 절감·ESG 경영 강화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전처리 공정의 안전·환경·품질을 개선해 재활용 산업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측 첫번째) 정철원 대표가 자사의 기술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 디알티



"5·10년 뒤, 글로벌 스탠다드 만드는 회사가 목표"

정 대표는 디알티가 "안전·환경·품질을 핵심 가치로 삼아 업계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도 공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일본·독일·헝가리·폴란드·미국 등에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환경·안전 규정을 분석하고 인허가·컨설팅 파트너십을 맺는 중이다. 설계 단계부터 UL·CE 등 국제 인증을 고려해 제품을 준비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처리·열분해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AI 기반 플랫폼 확장 계획도 구체적이다. 그는 "배터리여권제와 재활용 의무화로 전기차·팩 단위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지면, 모델별 데이터와 AI 학습을 통해 전공정 진단·유지보수·공정 최적화·무인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이미 전기차 팩 모델별 AI 학습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열분해 기반 기술을 SAF 원료 회수, 폐플라스틱 고순도 오일 회수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체계 구축에 디알티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디알티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구로' 14기 육성기업으로,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대표 전화성)가 함께 육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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