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네시스가 '고성능'을 전면으로 꺼냈다. 단순히 빨라진 파생 모델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브랜드의 방향을 책임질 새로운 축으로서의 고성능이다. 그 선언의 첫 주자는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모델 'GV60 마그마(GV60 Magma)'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폴 리카르 서킷에서 열린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는 사실상 제네시스 두 번째 10년의 개막식에 가깝다.
지난 10년이 '한국발 럭셔리 브랜드가 정말 통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럭셔리와 고성능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기다. 마그마 프로그램은 그 해답의 정면에 놓여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감' 콘셉트
GV60 마그마는 지난해 콘셉트카로 먼저 공개됐던 GV60 마그마 콘셉트를 양산에 맞게 다듬은 제네시스 최초의 고성능 양산 모델이다. 외형 콘셉트는 명확하다. 과시적인 에어로 파츠와 과격한 디퓨저 대신,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감(Unspoken Dominance)을 밀어붙인다.
기본 골격은 GV60지만 비율부터 다르게 깎였다. 전폭을 키우고 전고를 20㎜ 낮추면서 차체는 눈에 띄게 넓고 낮아졌다. 앞 범퍼는 마그마 전용 3홀(Three-Hole) 디자인을 적용해 공기 흐름과 냉각효율을 동시에 챙겼고, 블랙 하이그로시 몰딩, 다크 메탈 파츠, 간결한 카나드로 무채색 기반의 고성능 이미지를 정제해 놓았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의 외장 이미지. ⓒ 제네시스 브랜드
측면은 와이드 펜더와 275㎜ 광폭 타이어, 사이드 스커트의 3홀 디테일이 공기 흐름과 시각적 안정감을 동시에 만든다. 후면부는 루프라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윙 타입 스포일러가 핵심이다. 단순 장식이 아니라 다운포스를 확보해 고속에서 양력을 줄이고, 후면 범퍼·사이드 스커트·레터링을 모두 블랙으로 통일해 고출력 전기차 특유의 묵직한 인상을 만든다.
실내도 같은 언어를 쓴다. 샤무드 계열 스웨이드, 오렌지·그레이 스티치와 퀼팅, 색 맞춘 시트벨트, 블랙 하이그로시·다크 메탈 스위치류. 고급 소재 위에 레이싱 감각을 얹되, 번쩍거리는 크롬을 최대한 빼고 정제된 스포티에 가까운 톤으로 가져갔다.
스티어링 휠에만 오렌지 드라이브 모드 버튼과 블랙 부스트 버튼을 박아놓고, 이 차가 어떤 성격인지 손이 닿는 곳에서 바로 알게 만든다.
◆"빨라서 불안한 차가 아니다" 선언
성능은 수치부터 제네시스 전동화 라인업 최상단이다. GV60 마그마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전후륜 듀얼 모터 합산 최고출력 448㎾(609마력), 합산 최대토크 740Nm. 부스트 모드 시에는 790Nm와 478㎾(650마력). 최고속도 264㎞/h. 런치컨트롤 사용 시 정지상태→200㎞/h 10.9초.
눈에 띄는 대목은 단순 최고출력 수치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시간 동안 힘이 유지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제네시스는 특히 후륜모터의 최고출력 유지 구간을 확장했다고 강조한다. 고출력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는 짧은 풀 부스트 이후 열 관리 때문에 출력을 깎아먹는 구간이 금방 찾아온다는 점인데, GV60 마그마는 이 지점을 파고든 셈이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의 외장 이미지. ⓒ 제네시스 브랜드
여기에 부스트 모드를 켜면 약 15초 동안 출력과 토크를 끌어올려 고속영역까지 힘을 꾸준히 밀어 넣는다. 제로백만 빠른 전기 괴물이 아니라 200㎞/h까지 가속 전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퍼포먼스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다.
제네시스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출력과 제어 사이의 균형이다. GV60 마그마의 섀시 세팅을 뜯어보면 '럭셔리 고성능'이라는 말을 단순 수식어로 쓰려는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GV60 마그마의 주행 하드웨어 세팅은 꽤 구체적이다.
우선 롤 센터를 최적화해 코너링 시 차체가 과하게 기울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했고, 전자제어 서스펜션(ECS)과 EoT(End-of-Travel) 제어를 더해 서스펜션 스트로크 끝단에서 발생하기 쉬운 큰 충격과 불안정을 효과적으로 눌렀다.
전륜에는 하이드로 G부싱, 후륜 크로스멤버에는 듀얼 레이어 부싱을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충격을 한 번 더 걸러내고, 여기에 전륜 모노블럭 캘리퍼와 대구경 디스크, 후륜 고마찰 GG 패드를 조합해 출력에 걸맞은 제동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전동 기능을 탑재한 10-way 파워 버킷시트를 넣었다. 통풍·메모리·쿠션 익스텐션까지 챙기면서도 몸을 꽉 잡아주는 타입이라, 이름 그대로 버킷과 럭셔리 시트의 중간 어디쯤을 노린 구성이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의 내장 이미지. ⓒ 제네시스 브랜드
타이어는 전용 개발된 21인치 휠과 광폭 썸머 타이어를 사용하는 동시에 ANC-R(노면 소음 능동 제어), 차음 유리, 강화 도어 실링 등으로 고속주행 시 NVH를 정면 돌파했다. '고성능은 시끄러워도 참아라'라는 오래된 공식을 거부하는 접근이다.
◆전기차지만 감성은 '고성능 내연기관'
GV60 마그마의 핵심 재미는 마그마 전용 드라이브 모드와 전자 시스템에 있다. 스티어링 휠의 오렌지 버튼을 누르면 세 가지 전용 모드가 열린다.
주행모드마다 성능 성향이 뚜렷하다. SPRINT 모드는 차체 거동 제어 영역을 제외한 파워트레인·서스펜션·스티어링 등 주요 주행 요소를 모두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설정으로, 말 그대로 전력을 다해 달릴 때 사용하는 풀 스프린트 세팅이다. 반면 GT 모드는 고속 항속 주행에 초점을 맞춘 구성으로, 충분한 출력은 유지하되 전비효율과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도 감소까지 고려한 고속 크루징 전용의 균형 잡힌 모드다.
마지막으로 MY 모드는 e-LSD, ECS, ESC 등 주요 제어 시스템을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개별 설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영역이다. 퍼포먼스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 안전장치를 어느 정도까지 개입시킬지를 운전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 제네시스 브랜드
여기에 두 가지 고성능 EV 문법이 겹친다. 첫 번째는 부스트 모드와 런치컨트롤이다. 부스트는 앞서 언급했듯 15초 동안 풀 출력을 띄우는 장치고, 런치컨트롤은 출발 직전 토크를 미리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려 가속 반응 시간을 잘라먹는 기능이다. 둘을 조합하면 페달을 끝까지 밟는 순간의 감각보다 출발 전 긴장감과 타이밍까지 즐기는 고성능 EV의 놀이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HPBC(High-Performance Battery Control)와 VGS(가상 변속 시스템)다. HPBC는 주행목적에 따라 배터리 온도와 모터 출력을 '성능이 가장 잘 나오는 상태'로 맞춰 놓는 프리컨디셔닝 장치에 가깝다. 스포츠 주행·서킷 주행 등을 미리 지정해두면 배터리·모터 온도를 그에 맞게 끌어올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게 한다.
VGS는 출력·토크·회생제동 제어를 조합해 내연기관 고성능차의 변속감과 비슷한 리듬을 만들어준다. 여기에 전용 사운드를 입히면 '6기통 고성능 엔진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를 구현해 실제로는 단일 감속기 구조인 전기차에서 '변속하는 손맛과 귀맛'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도 마그마 전용으로 다시 짜였다. 마그마 드라이브 모드를 활성화하면 계기판은 3-서클 클러스터로 바뀐다. 여기에는 모터·배터리 온도, 속도, 횡가속도(G), 모드별 핵심 정보가 직관적으로 배치된다. HUD도 속도·회생제동 단계·부스트 남은 시간 등 지금 운전자가 신경 써야 할 것들만 간결하게 띄워준다.
사운드는 별도 영역이다. e-ASD+ 기반의 전용 가상 사운드 시스템은 마그마 전용 사운드를 제공하고, VGS와 결합하면 단순 전기음이 아닌 고성능 6기통 엔진에서 영감을 받은 깊이 있는 사운드를 만든다. 조용한 전기차가 아니라 운전자가 원할 때는 적극적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는 전기차를 지향하는 셈이다.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 제네시스 브랜드
내비게이션 시스템(AVN) 내 마그마 전용 페이지에서는 VGS, HPBC, 퍼포먼스 타이머, 페달 개도량 등 주행 텔레메트리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수치를 보는 재미까지 포함해 제네시스가 말하는 'Sharpened Immersion(몰입감 강화)'를 실제 UX에서 구현한 부분이다.
◆다음 10년 키워드 '럭셔리 고성능'
GV60 마그마는 단일 모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네시스가 앞으로 10년간 브랜드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그 샘플이자 시작점이다.
제네시스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G70·G80·G90 세단 △GV80·GV70·GV60 SUV △전동화 G80 △전동화 GV70 △각종 콘셉트카와 마그마 스페셜 모델 등을 통해 한국산 럭셔리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 굳혀놓았다. 북미 올해의 차(NACTOY) 수상, 국내 럭셔리 시장 1위, 글로벌판매 100만대 돌파 등 숫자도 그걸 뒷받침한다.
이제 제네시스가 새로 던지는 키워드는 럭셔리 고성능(Luxury High Performance)이다. 단순 출력 경쟁이 아니라 자체 정의한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먼저 디자인(Unspoken Dominance)은 낮고 넓은 비율을 기반으로 과도한 스포일러나 장식을 배제한 채 차체 실루엣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지도록 구성됐다. 역동적인 우아함을 퍼포먼스 영역으로 확장한 해석이다.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 제네시스 브랜드
주행 감각(Captivating Control)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만 차가 움직여주는 정밀한 제어와 여유 있는 출력을 지향한다. 빨라서 무서운 차가 아니라 고속에서도 신뢰를 주는 빨라도 믿음직한 차를 목표로 완성된 주행 성격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경험(Sharpened Immersion)은 운전자가 지금 차량이 무엇을 수행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3-서클 클러스터, 전용 가상 사운드, HPBC·VGS·퍼포먼스 타이머 등 마그마 전용 인터페이스들이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며, 주행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GV60 마그마는 이 세 축이 실제 제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1호 사례다. 그 위에는 GT 레이싱 클래스 진출을 겨냥한 마그마 GT 콘셉트가 헤일로(halo)로 놓여 있다. GT 레이스카 비율과 미드십 레이아웃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이 콘셉트는 제네시스가 '언젠가 트랙에서 부딪힐 준비도 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GV60 마그마는 내년 1월 한국을 시작으로 유럽·북미 등으로 순차 출시된다. 제네시스는 마그마 라인업을 통해 브랜드를 '진정한 럭셔리' 차원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글로벌 디자인 본부장) 겸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사장은 "향후 전개될 제네시스의 마그마 라인업은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진정한 럭셔리'의 차원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그마 라인업을 통해 제네시스 DNA에 역동성과 활력을 더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우아함과 조화로움을 지켜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