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폴스타가 한국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마이클 로쉘러(Michael Lohscheller) 폴스타 CEO는 지난 20일 서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산공장은 폴스타의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적 생산 허브이며,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고율 관세라는 복잡한 변수 속에서 폴스타가 한국을 아시아-북미를 잇는 생산·판매·브랜드 삼각 축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중국시장 둔화와 미·중 갈등으로 전기차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폴스타가 부산공장을 북미향 폴스타 4 생산기지로 선택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로쉘러 CEO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그는 관세 회피 목적이라는 일각의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부산공장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생산기지이다. 폴스타 4 북미 수출은 이미 시작됐고, 품질·비용·생산 경험 모든 면에서 최적의 조합이다."
"물론 관세는 고려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것 하나로 공장을 결정하지 않는다. 부산은 북미·아시아 양쪽을 잇는 핵심 축이며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2022년, 미국의 대중 관세 이슈가 없던 시점에 부산 생산을 발표했었다."
즉, 부산 생산은 지정학적 이슈 이전부터 고민된 중장기 전략이라는 뜻이다.

마이클로쉘러 폴스타 최고경영자(CEO). ⓒ 폴스타코리아
또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가격경쟁으로 흐르는 가운데 폴스타가 내세운 경쟁 전략은 가격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고성능(Performance) 그리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폴스타는 전동화 고급 브랜드이며, 단순한 가격경쟁은 우리의 길이 아니다. 미래 모빌리티는 결국 배출이 없는 차량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지 전기차가 아니라 잘 만든 전기차이다. 아름다운 디자인, 운전이 즐거운 성능, 일상에서 실천되는 지속가능성. 이것이 폴스타가 지향하는 가치다."
특히 그는 한국시장에서의 성장세(1~11월 누적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를 언급하며 "폴스타 4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폴스타는 2026년 한국에 두 개의 전략 모델 하이엔드 스포츠 GT '폴스타 5'와 폴스타 3'를 출시한다.
"폴스타 5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모든 요소를 담아낸 GT다. 0→100㎞/h 가속 3.2초의 고성능, 넓은 실내, 독특한 디자인, 재활용 소재 기반의 지속가능성까지 담은 폴스타의 상징 그 자체다."
또 "폴스타 4에 이어 폴스타 3가 합류하면 3, 4, 5로 이어지는 삼각 라인업이 완성된다"며, 이는 한국시장에서 폴스타가 프리미엄 EV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결정적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기 퍼포먼스 그랜드 투어러(GT) 폴스타 5. ⓒ 폴스타코리아
참고로 '삼각 라인업'이라는 표현만 보면 기존 판매 모델인 폴스타 2는 왜 포함되지 않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그의 발언은 단순 판매모델 나열이 아니라 폴스타가 앞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구축하려는 '차세대 핵심 라인업'을 뜻하는 표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폴스타 2가 초기 브랜드 구축 모델이었다면, 폴스타 3·4·5는 △성능 △가격 △디자인 △플랫폼 모두에서 폴스타의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본류(core lineage)라는 의미다.
현재 폴스타 4는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량이 중국 생산이다. 한국 소비자들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폴스타 4가 본격 양산될 경우 '과연 한국에도 부산 생산 물량이 투입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CEO는 즉답을 피했지만 의미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부산공장 생산 물량은 우선 북미 물량이 중심이지만, 높은 품질과 성장 가능성 덕분에 다양한 시장에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현재 구성은 한국 판매 = 중국 생산, 부산 생산 = 북미 판매 우선이지만, 폴스타가 한국 생산을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더해 부산공장을 단순한 생산기지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R&D 센터 △디자인 거점 △추가 제조 시설 확충 등 '한국 내 장기 투자'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지금은 먼저 북미에서의 폴스타 4 론칭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북미 고객은 품질 기준이 매우 높고 경쟁도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야 더 큰 확장을 고려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처럼 부산공장이 장기적으로 생산 외 역할로 확장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즉, 폴스타는 지금은 부산→북미 전략에 집중하지만, 북미에서의 성공이 확인되는 순간 한국 내 장기 투자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전기 퍼포먼스 SUV 쿠페 '폴스타 4'. ⓒ 폴스타코리아
최근 폴스타가 나스닥 최소 요건 미달로 역분할을 진행한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 그는 '행정 절차'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사업 운영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리테일 확장, 신차 출시, 볼보와의 서비스 협력 등 계획된 비즈니스는 그대로 추진한다." 올해 글로벌 소매 판매량이 35% 증가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생 브랜드로서 가장 큰 약점이 A/S 신뢰라는 지적에 대해 마이클 로쉘러 CEO는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전역 39개 볼보 서비스센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신생 브랜드가 가질 수 없는 강점이다. 고객에게는 확실한 마음의 평안을 주는 요소다. 서비스는 볼보와 공유하지만, 제품 포지션은 명확히 구분한다."
폴스타 5에는 SK온 배터리가 탑재되며 한국 소비자에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향후 한국 배터리 확대 여부에 대해 그는 "현지화(localization)는 언제나 좋은 방향이다"라면서도 "이번 방한의 목적은 판매·고객 경험 점검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번 방한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폴스타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하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브랜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내년 한국에서 폴스타는 3, 4, 5가 모두 판매된다. 판매, 서비스, 생산까지 한국은 폴스타 전략의 중심이다."
폴스타는 단순히 한국시장에 차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 폴스타 4의 판매 호조, 폴스타 5 및 폴스타 3의 투입, 부산의 글로벌 생산 허브화, 볼보 서비스망 활용 그리고 전동화 프리미엄 포지셔닝까지.
이 모든 요소가 종합되면서 폴스타는 한국에서 브랜드·생산·서비스·전략이 겹쳐지는 교차점을 만들고 있다. 마이클 로쉘러 폴스타 CEO의 말처럼, 폴스타는 이제 한국에서 단순한 수입 브랜드가 아니라 전략 브랜드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