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조원 규모의 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의 입찰 공고가 이달 말 진행된다. 특히 화재 안전성 점수 비중이 1차 사업 대비 대폭 높아졌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제품 안전성·국내 생산을 강조하며 수주전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력거래소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5년도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설명회'를 열었다.
2차 사업 공급 규모는 총 540㎿로 1조원대로 예상된다. 공급 시기는 2027년 12월이다. 설명회에서는 올해 상반기 진행된 1차 사업 대비 개선 성과와 추진 방향 등이 공유됐다.
△계통 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설비 안전성 등을 포함한 '비가격 평가' 비중이 40%에서 50%로 상향됐다. '가격 평가' 기준은 단일 최저가에서 지역별 최저가로 변경된 것이 주요 골자다.
주목할 점은 비가격 평가 지표 중 '화재 안전성' 점수가 1차 사업보다 5점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점)에서 5.5%(11점)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올해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여파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력거래소는 전문가 집단을 별도로 구성, 화재 안전성 평가를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국내 ESS 생태계 강화를 위한 노력 역시 이번 입찰의 주요 평가 항목으로 꼽힌다.
ESS 산업 생태계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산업·경제 기여도 항목의 비중은 12.5%로 1차 사업(9.6%)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기여도 평가 기준은 ESS용 배터리의 국내 생산 여부가 핵심이다. 외국산 설비 반입 시에는 고용 창출, 유지보수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 선정은 비가격 평가를 통해 부적합 사업자를 배제한 뒤 외부 전문가와 함께 가격 평가 점수를 산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최종 점수가 높은 사업자가 선정되는 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은 ESS용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국내로 생산 거점을 전환하는 등 2차 사업 입찰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부터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시작한다. 2027년부터 1GWh 규모로 초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SK온은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술로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EIS는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에 위험 신호를 조기 감지해 사전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여러 주파수의 교류 신호를 가하고 저항을 측정해 배터리 내부 성능과 상태를 측정하는 원리다. 이상 징후가 감지된 모듈은 블록처럼 분리할 수 있어 즉시 교체가 가능하다.
사후 측면에서는 열확산 방지·폭발 방지 솔루션도 모두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서산 공장에서 ESS용 LFP 파우치 배터리에 대한 양산성 검증을 진행, 국내 생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현재 유일하게 배터리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1차 입찰에 이어 이번에도 각형 삼원계(NCA) 배터리를 앞세워 안전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제품보다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최근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시장 내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ESS 시장에서 각형 비중은 전체의 90% 이상으로 증가했다.
앞서 삼성SDI는 1차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76%를 따낸 바 있다. ESS용 배터리 셀 대부분을 국내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산업·경제 기여도 항목에서 우위를 차지한 결과로 풀이된다.